한겨울 매섭게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도 동백은 꽃망울을 터트린다.

새하얀 눈 속에서 붉은빛으로 피어나는 동백은 김유정의 소설에서처럼 알싸한 매력을 내뿜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정열적이다.

특히 제주 사람들에게 동백꽃은 더없이 친숙하다.

마을 어귀와 오름 등 제주 곳곳에서 쉽게 동백을 볼 수 있다.

동백은 주먹만 한 꽃을 피워냈다가도 이내 붉은 융단을 깐 듯 꽃송이들을 땅에 떨군다.

동백나무 군락지에서는 탐방로마다 붉은 레드카펫을 깔아 놓은 것 마냥 방문객들에게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한편 속절없이 한순간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70년 전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제주 4·3 당시 힘없이 쓰러져간 많은 양민을 떠올린다.

1992년 강요배 화백의 4·3 연작 '동백꽃 지다'를 시작으로 동백꽃은 4·3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됐다.

▲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활짝핀 동백꽃

아름다움과 많은 사연을 간직한 동백꽃을 보러 떠나보자.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과 위미리 애기동백숲에는 붉은 동백꽃이 새빨간 얼굴을 내밀고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신흥2리 동백마을은 방풍목으로 키웠던 동백나무를 마을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제주의 대표 동백마을이 됐다.

마을 곳곳에서 동백꽃을 만날 수 있고, 데크로 이어진 동백나무숲도 조성되어 있다.

위미리의 애기동백숲은 일반 동백나무보다 키가 작은 애기동백나무로 이뤄져 있어 좀 더 화려한 느낌의 꽃을 피운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엔 영어로 동백언덕이란 뜻의 식물원 카멜리아 힐이 있다.

카멜리아 힐은 19만8천여㎡ 넓이에 80개국 동백나무 500여 품종 6천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 빨간 동백꽃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있다.

동백을 주제로 한 도내 식물원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가장 큰 동백꽃부터 가장 일찍 피는 동백꽃까지, 하얀색부터 빨간색까지 형형색색의 동백꽃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6종 밖에 없는 향기를 내는 동백 품종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자리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도 동백 명소로 인기가 높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원 내 올레길, 정원, 산책로 등 곳곳에서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남녀노소 방문객들을 배려한 포토존이 여러 곳에 있어 동백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을 '인생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어린이들은 토끼, 흑돼지, 말, 염소, 소, 타조 등의 다양한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교감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연합뉴스) 11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에 하얀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