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란?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현실상으로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이러한 막장드라마가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유명한 유머로 떠올랐던 시기가 있었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안주 삼는 남한 사람들과 다르게 북한 주민들은 정치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며, 정치를 논한다면 정치범이 되는 것.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야한 속설을 통해 이야기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시킨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이야기는 한 개의 묘 앞에서 아버지, 여보, 오빠를 부르면서 울고 있었던 여인네의 사연이다. 이 이야기는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주었으며, 지금도 대다수 탈북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옛날 옛적에 한 선비가 산길을 가고 있었다. 그가 고개 길을 넘어서는 순간 어디선가 여인네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선비는 가던 길을 멈추고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여인이 한 개의 묘 앞에서 아버지, 여보, 오빠를 외치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이 여인네와 고인이 된 사람의 관계는?
 
이야기는 질문으로 끝나며 모든 주민들은 자신의 추측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내놓은 추측이 바로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형성으로, 현실상으로 말이 될 수 없는 답이 나온 것이다.
 
부잣집 딸을 짝사랑하다가 상사병에 걸린 아들이 있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갖은 노력에도 부잣집 딸과 아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어느 날 아들에게 “내가 그 부잣집 딸을 데려오겠으니 절대로 그 여인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말해 놓고 밤에 부잣집 딸로 가장해서 아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정사를 치르게 되면서 아들을 살려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아들과 정사를 치른 어머니는 임신을 하게 되고 딸을 낳게 되었다. 어머니는 딸을 다른 집에 보내 버리고...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은 한 여인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 아들과 결혼한 이 여인이 바로 어머니가 낳았던 딸이었던 것이다.
 
이에 여인은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무덤 앞에서 “여보, 아버지, 오빠”를 외치며 울었던 것이다.
 
장성근 기자 nihao55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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