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AP=연합뉴스) 2017년 6월 13일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억류 당시인 2016년 3월 16일 평양 소재 최고 법원에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

[윤호 기자] 북한이 지난 2017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 당시 병원 치료비 명목으로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원)의 청구서를 미국에 제시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웜비어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미 당국자가 돈을 지불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이러한 청구서를 발행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에 머물던 호텔에서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과 함께 중노동에 처하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13일 석방돼 귀향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WP는 "북한이 공격적 전술로 잘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뻔뻔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WP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미국 측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받고 병원비 지급 합의서에 서명을 해줬다고 보도했다.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당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측의 청구서 요구를 전달했고,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WP는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그들의 특사에게 200만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청구서는 재무부로 보내졌으며 2017년 말까지는 미지급 상태였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 이후 이 돈을 지불했는지 또는 이 문제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윤 전 특별대표가 2017년 6월 12일 동행한 의료진 두 명과 함께 북한에 도착해 웜비어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웜비어는 다음날인 13일 풀려나 귀국길에 올랐으나 혼수상태였다.

이에 대해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인질 협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랬기 때문에(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 행정부 들어 인질 협상이 성공적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과 지난해 2월 은퇴한 윤 전 특별대표도 반응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틸러슨 전 장관과 재무부,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미국 담당 관계자도 반응 요구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윤 전 특별대표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그는 그저 호기심 많은 평범한 관광객일 뿐이었다"고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외교적 교류와 협상"에 관한 것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웜비어 석방과 관련해 자신이 받은 명령은 '오토를 되찾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틸러슨 국무장관과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억류 미국인 송환을 위한 청구서 지불 서약이 드문 사례인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전에 몇몇 석방 사례에서 일부 돈이 건네졌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는 병원비에 근거해 정당화됐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웜비어 관련 내용이나 세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며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들과 차별화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터키에 장기 구금됐다 풀려났을 당시에도 "우리는 적어도 더는 이 나라에서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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