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으로 둔갑한 ‘통영의 딸’과 반북모략", "윤이상 용공 조작 더는 안 된다"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최근 인터넷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반북모략’이라는 네 글자는 북한 매체가 전매특허를 낸 말이나 다름없다. 대체로 “남조선에서 우리 체제를 지명 공격하거나 중상 모략하는 책동이 감행된다면 우리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 따위의 내용이 따라 나온다. 이거 뭔가? 진보도 좋고 좌파도 좋다고 치자. 이 땅에서 김일성 김정일은 안 되는 것 아닌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의 본토 미국은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이후 아주 엄격하게 마름질한 원칙들로써, 이 권리장전을 단정하게 관리해 왔다. 거의 모든 주의 헌법과 연방헌법이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있다. 폭력을 격발시키고, 선전 선동하는 말, 음란한 말,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말, 허위사실 등은 언론 자유의 분명한 예외 사항이다. 미국에서 법조인들의 발언에 대한 윤리 규정의 엄격하기는 두 번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말 그대로 재갈을 물리지 않는 ‘자유’를 민주주의라고 부르겠단다. 언론이든 법조계든 정치계든 넘지 말아야 될 선 같은 건 없다고 말해 버린다.

김일성-김정일의 악행을 고발하는 것이 ‘반북모략’이라는 말인가! 그들의 악행은 누구에 의해서도 제지될 수 없고 고발될 수 없단 말인가! 그들의 악행에 대해 말하면 ‘반북모략’이 되는가! 그들의 악행 앞에서 이 나라는 모두 숨을 죽여야 하는가!  고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예를 갖춰가며 신성한 대상 앞에 기죽은 얼뜨기처럼 굽신거려야 하는가!

납북으로 둔갑하다니! 그럼 납북이 아니란 말인가? 설령 오길남 가족이 속아서 북한에 들어갔다고 해도 그곳이 다시 나올 수 없게 된 도가니라면 ‘납치’일 수밖에 없다. 누가 인간에게서 ‘거주이전의 자유’, ‘이동의 자유’, '가족이 함께 살 자유'를 원천적으로 빼앗을 권리를 갖고 있단 말인가!

윤이상 용공(容共) 조작 더 이상 안 된다니! 용공이란 공산주의를 용인한다는 말이다. 윤이상 스스로 용공을 부인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도, 그의 부인도, 딸도 아들도, 언제나 공산주의를 용인하고 이용해 오지 않았나! 스스로도 조작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누가 윤이상의 용공을 조작했단 것인가!

이 나라가, 대한민국이,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길로 가기 위해서, 이제 오래 지속된 무서운 가치전도 현상 앞에서 새로 깨어나야 한다. 김일성-김정일의 악까지 허용한다면 이 나라의 가치 세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질 것이다.  김일성-김정일을 위한 변호사가 너무 많다. 언론계, 정계, 법조계, 학계에 앞일 무서운 줄 모르는 청맹과니들이 너무 많은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역사가 김일성-김정일을 그냥 덮고 가겠는가?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오던 아랍 사나이들의 최후를 기억하자. 후세인과 가다피도 한 때 멋깨나 부리던 독재자들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윤이상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그가 김일성을 용인하고 그에게 아부했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베푸는 잔칫상을 흥성하게 받고 그 자신 너무도 자유롭게 분단의 장벽을 훌훌 넘어 다녔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도 허용되지 않은 눈물겹게 제약된 북한의 자유에 대해 윤이상은 잔인하게 눈을 감았다.

누가 윤이상을 민족의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음악에 대해 말하기 원한다면 지금은 목소리를 낮춰야 할 참이다. 우리는 지금 김정일의 악행을 멈추게 해야 하고, 무고하게 갇힌 사람들은 구해내야 한다. '통영의 딸' 신숙자, 그리고 어여뻤던 그 많은 혜원이, 규원이들을 우리는 반드시 구해 내야만 한다.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양심이 다시 뜨거운 열정과 함께 깨어날 때에 그들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김미영 논설위원<‘통영의딸구출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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