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수도권 지역에는 큰 추위 없이 나들이하기에 좋겠다. 다만, 농도 짙은 미세먼지엔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 근교에는 유서 깊은 역사 유적지와 기념 시설들이 많다. 뻔한 여행에서 벗어나 이번 주말에는 '역사 기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3ㆍ1 운동을 앞두고 인천 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황어 장터와 창영초등학교를 둘러보자.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들이 들어섰지만 천천히 둘러보며 뜨거웠던 당시 상황을 상상하면 즐거움이 있다.

안성 만세고개는 3·1 운동때 유일하게 '실력 항쟁'을 했던 항쟁지다.

이곳에 설치된 기념관에서 역사의 한 장면을 되짚어 보자.

파주 문산에는 청백리 제상으로 유명한 황희 정승이 말년을 보낸 반구정 유적지가 있다.

반구정 정자에 오르면 펼쳐지는 탁 트인 임진강 풍경만 봐도 피로가 풀린다. 

◇ 3·1운동 100주년…뜨거웠던 역사 속으로

이번 주말에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인천지역 독립운동의 현장을 돌아보는 '역사기행'을 떠나보자.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139-3번지에는 고층 아파트 사이로 우뚝 선 13m 높이의 3·1만세 운동기념탑이 있다.

조선시대 이곳은 '황어장터'라 불리며 장터가 열렸던 곳. 잉어의 산지여서 '황어'(黃魚)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3·1운동의 여파가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1919년 3월 24일. 이곳에서는 애국지사 심혁성이 장날을 이용해 6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만세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됐으며 우리나라 강서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만세운동으로 발전된 의거로 기록됐다.

이들의 만세운동은 기념탑 인근에 마련된 '황어장터 3·1만세운동 기념관'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있다.

 

동구 창영동 '창영초등학교'는 인천지역 3·1만세운동의 진원지다.

1919년 3월 6일 당시 인천공립보통학교였던 이 학교의 학생들은 서울의 독립운동 만세 시위에 동맹휴업으로 호응했다.

이 학교 화단에는 그 날의 항거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는 "나의 행위는 조선민족으로서 정의에 바탕한 의사발동이지 범죄가 아니다"라는 당시 항거에 나선 주요 학생의 발언이 새겨져 있다.

인근에는 이 학교 40회 졸업생인 강재구 소령의 흉상도 있다.

강 소령은 1965년 수류탄 투척 훈련 중 한 부하의 실수로 수류탄이 대원들 가운데로 떨어지자 자신의 몸으로 덮쳐 희생한 영웅이다.

◇ 남한 유일 3·1운동 실력항쟁지 '안성 만세고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치열한 항쟁이 벌어졌던 안성 만세고개를 걸어보며 역사의 단면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겠다.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에는 3·1운동 기념탑과 함께 만세고개라 이름 붙여진 언덕이 있다.

이곳은 1919년 4월 1∼2일 만세 행렬의 실력항쟁으로 이틀이나마 일제 세력을 몰아내고 짧은 해방을 맛봤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실력항쟁이란 공공기관 기물파손과 방화 등 실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다른 만세운동과 구별된다.

당시 최은식 선생의 주도로 원곡면사무소 앞에 모였던 1천여 명의 행렬은 "독립 만세"를 외치며 면장과 면서기 등 공무원들까지 밖으로 이끌어내 만세를 부르게 하면서 인접 마을인 양성면까지 걷게 했다.

행렬은 원곡면과 양성면 사이에 있는 성은 고개(현 만세고개)로 이어졌다.

성은 고개에 도착한 후 주도자 중 한 명인 이유석 선생은 "이렇게 많은 군중이 모인 것은 천운이요. 양성주재소(지금의 경찰 파출소 규모)로 가서 순사들을 끌어내 만세를 부르게 하고 주재소를 불태웁시다"라고 소리쳐 실력항쟁을 이끌었다.

그들은 양성면사무소 앞에서 만세를 외치던 1천여 명과 합세해 양성경찰관주재소, 면사무소, 우편소 등을 불태웠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잡화점과 고리대금업 가게들도 몰아냈다.

그러나 비폭력 주의 3·1운동의 취지에 따라 단 한명의 일본인도 해하지 않았다.

만세 행렬의 기세에 양성·원곡면에 있던 일본 경찰, 공무원 등이 모두 인근 지역으로 도피했고, 이들은 짧지만 이른 해방을 맛볼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안성 3·1운동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안성문화원은 매년 4월 2일 4·1만세 항쟁을 기리는 기념식을 올리고 있다.

◇ 임진강 절경에 취한 말년의 황희 정승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는 황희정승 유적지가 있다.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반구정과 후손들이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 영당지, 황희의 일대기를 전시한 기념관 등이 있다.

반구정에 오르면 임진강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하다.

특히 낙조 때 붉게 물드는 절경은 예술이다.

반구정 언덕과 임진강을 가로 막은 철조망에서는 분단의 아픔을 느낀다. 

 

황희 정승의 묘는 반구정에서 문산쪽으로 가다가 탄현면 금승리 산 능선에 있으니 함께 찾아봐도 좋다.

황희 정승은 60년 간 관직 생활을 하며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돕는 등 조선 초기 태평성대에 기여했다.

문산 일대에는 임진강에서 나오는 각종 민물고기로 만든 민물 매운탕과 장어구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맛집이 꽤 여럿 있다.

서울에서도 일부러 찾는 손님이 많을 정도로 유명하니 먹는 즐거움도 느껴보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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