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한미 국방 당국은 내년 초반에 예정돼 있는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은 '유예'하되 지휘소연습(CPX) 위주로 연합훈련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내년 3월 예정된 키리졸브(KR) 연습은 연합CPX 위주로 진행하고, 독수리훈련은 사실상 유예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최종 조율 중이다.

독수리훈련은 한미 연합전력이 참가하는 실기동훈련을 말하는 데 내년의 이 훈련에 미군 전력이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독수리훈련은 자연스럽게 유예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대화 촉진 등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실기동훈련에 미군 전력을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북미관계 진전의 분위기 조성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군과 정부도 이런 미국의 기조에 부응하는 한편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내년 초 연합훈련을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기조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른 소식통은 "연합사와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CPX(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는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확립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여건은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실기동훈련은 미군이 불참하기 때문에 대폭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독수리훈련은 미군 불참으로 사실상 유예되지만, 이 기간 한국군은 계획대로 단독훈련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훈련에 참여하는 병력과 전력은 예년보다 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한미 군 수뇌부가 내년 한미연합훈련의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조율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방향은 실기동훈련에 전략무기를 비롯한 미군 전력이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내년 초 연합훈련에는 미 항모를 비롯한 전략무기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독수리훈련은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면서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한 바 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끝난 직후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티스 장관과 저는 앞으로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군사 분야에서 어떻게 잘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향후 연습과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했다"며 "11월 15일까지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12월 1일 이전에 결심해서 향후 문제가 없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미 국방 당국은 내년 한미연합훈련의 방향에 대해 고위급 및 실무급의 협의를 진행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현재 미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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