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임산부가 들이마시는 초미세먼지 입자가 산모으이 폐를 통해 태반으로 이동한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퀸메리대 의대 연구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총회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일종인 미세탄소 입자를 태반에서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입자가 태아에도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 5명의 태반에서 면역체계 일부로 박테리아 등 유해입자를 흡수하는 대식세포를 분리 검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광학현미경을 통해 3천500개의 세포 중 72개의 거무튀튀한 입자들이 발견됐고 이어 고출력 전자현미경으로 이들 입자 형태를 검사했더니 폐의 대식세포에서 발견된 미세탄소 입자와 매우 흡사했다.

초미세먼지가 임산부의 혈액을 타고 태반까지 이동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의 노리스 류 박사는 이들 입자가 태반에 닿는다면 태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이나 화석연료 연소 등에서 생성되는 지름 2.5㎛ 이하로 매우 작은 입자이기 때문에 인체 흡입시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대부분 폐포까지 침투해 여러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의 리사 미야시타 박사는 "엄마가 들이마시는 공기와 태아의 광범위한 연관관계는 매우 걱정스러운 문제"라며 "임신 중이라면, 아니 임신 중이지 않더라도 가급적 덜 오염된 길을 가는 것이 항상 좋다. 나 역시 역까지 가는 길에 번잡한 도로는 피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기오염이 조산아와 저체중 태아를 출산할 위험을 크게 높여 평생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생아 50만명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에서 이 같은 연관관계가 확인됐다.

공기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폐 부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지난 2016년 오염된 공기로 인한 독성 나노입자가 인간의 뇌에서 발견되며 대기오염이 지능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미나 가가 유럽호흡기학회 회장은 "이번 연구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동안 어떻게 오염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혀주고 있다"면서 "대기오염이 임산부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에 대한 의사들과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건강에 대한 공기오염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엄격한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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