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조선중앙통신’이 북 외무성 대변인의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담화문을 보도하였다.

 

담화문은 “반세기이상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지속되어 적대관계들이 2중3중으로 얽혀있는 조선반도에서 긴장격화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처럼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의 분위기를 적극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모드를 한껏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평양입장을 대변해 온 26일자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2011년, 통일번영의 년대를 연다”며, 지난 5일 북이 발표한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北 인민무력부장이 제안한 남북고위급군사회담에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오던 남측이 호응해 왔다고 반겼다.

 

조선신보는 군사회담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라면서 “조선인민군의 단호한 국방의지”를 보여 준 연평도포격사건으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대화국면이 열린 것은, 北의 “국제정치에 대한 선견지명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결단”이라며, 6자회담과 연합회의개최를 재촉했다.

 

한편 26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6자회담 재개의 직접적 전제조건이 아니다.”면서 “6자회담 재개와 직접 관련 있는 조건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하여 군사회담과 6자회담 분리를 내비쳤다.

 

결국 박왕자 주부 죽음처럼, 천안함도 연평도도 뒷전으로 밀쳐놓고, 군사회담과 6자회담을 분리하여 2트랙(=따로국밥)식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친 고위당국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에 목마르고 협상에 굶주리신 ‘높은 분’이 아닌가 하여 날이 샌 기분이 든다.

 

조금만 버티면, 북이 꼬리를 내리고 천안함도 연평도포격도 사과를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김정일이 HUP 보따리를 싸 들고 와 군량미와 $와 생필품, 그리고 에너지 좀 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국제사회에 무릎을 꿇을 텐데 고새를 못 참는가?

 

결국 김정일이 바라고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6자회담이다 군사회담이다 ‘연합회의’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굿판을 벌려 놓고 북에게 필요한 군량미와 HUP완성에 긴요한 $와 <시간>만 보태주는 꼴이 되어 결국은 북을 핵보유국지위에 올려놔 주는 <利敵>행위로 끝나게 될 것이다.

 

김정일이 대화로 포기할 핵이라면 애당초 핵 개발에 매달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는 미국에도 중국에도 러시아나 일본은 물론이요 남에도 북에도 단 한사람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북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핵을 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망적 상황>이라야 한다.

 

회담 중독과 대화 病에 걸린 ‘고위당국자’께 드리는 말씀은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각오라는 어려운 말 대신에 쉬운 말로 “죽기 살기로 버티는 것”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백승목 컬럼리스트 (hugep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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