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민행동본부장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국가의 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던 험난한 세월에 모든 공갈과 협박, 더 나아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훌륭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나만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또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가 주동하여 마련한 여러 차례의 국민대회는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서울역 광장에 어마어마한 민중을 동원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는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민중적 여망이 불길이 되어 솟아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조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던 그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적 세력이 집결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새로운 정권을 창출함에 있어 서정갑과 그의 동지들의 헌신적 노력이 크게 작용하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정갑과 그의 동지들이 2004년 10월에 있었던 국가 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서 폭력 시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여 분개했었는데 지난 1월 20일 열린 공판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듣고 분통이 터지는 느낌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죽은 노무현이 오늘 다시 살아나서 법관이 되어 그런 판결을 내렸다면 이해가 가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 선지도 3년이 다 되가는 오늘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가 생각하며 가슴을 칩니다. 아직 대법원에까지는 가기 전이라고 하니 혹시 대법관들은 좀 더 애국적인 입장에서 판결문을 작성하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보기도 합니다마는 법의 자단한 조문만 가지고 의인의 목을 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믿습니다.


유신시대에 반포된 긴급조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대법원이 최근에 내린 바 있고, 사형을 당한 조봉암의 재판은 잘못된 것이고 그는 무죄라는 판결까지 내렸습니다. 과거 선배 법관들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판결 중에 그런 잘못된 일들이 없는가 예의 살피는 것이 법관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확신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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