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스트레스도 전염된다는 것이 뇌신경학적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캘거리대학 연구팀은 동물실험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생물체의 파트너도 뇌 신경 회로가 상대와 마찬가지로 바뀐다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가 보도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배인스 교수팀은 암수 쌍을 이룬 쥐들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한쪽 쥐에게 상당 기간 스트레스를 준 뒤 짝에게 돌려보내고 얼마간 함께 지내게 한 뒤 뇌를 해부한 결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통제하는 뇌 신경세포가 두 쥐 모두 동일하게 변화했다. 

당초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뇌 해마 부위 신경회로와 시냅시스(뇌 신경세포 간 연결부위)가 바뀐 것처럼 파트너 쥐도 따라 바뀐 것이다.

또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해마의 기억형성능력을 떨어뜨리고 혈압상승, 불안감과 피로 등을 일으키는 코티솔이 분비됐다. 특히 해마 특정부위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경보 페로몬'(alarm pheromone)으로 명명한 화학물질도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전염성 뇌 변화는 연속적으로 여러 파트너에게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에게만 있는 특질로 여겨온 것이 사실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진화과정에서 남아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이한 것은 짝에게서 스트레스가 전염된 암컷 쥐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다른 파트너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뇌 변화가 원 상태로 돌아갔지만, 수컷 쥐의 경우 스트레스가 없는 다른 암컷을 접촉해도 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배인스 교수는 만약 이런 암수의 차이 등이 추가 연구들을 통해서 확정된다면, 개개인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인스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스트레스가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도 감기처럼 전염된다는 연구결과들은 여럿 발표된 바 있다. 우선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타액 속 관련 효소 수치 등을 측정한 연구들을 들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어조나 표정, 자세 등을 통해서도 전달되며, 상대에 대한 감정이입도가 높을수록 간접적 스트레스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충격적 일을 경험한 뒤 나타나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사람의 경우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해마 크기가 줄어든다거나. 참전군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PTSD를 앓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전염되는 이유가 단지 심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전염된 사람의 뇌까지 변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로 스트레스가 상대방의 뇌로 옮겨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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