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복부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인체의 24시간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연구팀(간호대 이향규 교수·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 김수 교수·의대 통계지원실 이혜선 박사)은 복부 내장지방 및 피하지방 면적과 혈액 내 시계유전자 발현을 측정한 결과 "피하지방보다는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클리닉을 방문한 남녀 75명을 대상으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검사를 통해 복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면적을 측정하고, 말초혈액단핵구세포(peripheral blood mononuclear cells)로부터 시계유전자를 추출해 유전자 발현을 측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내장지방의 면적이 증가할수록 시계유전자로 알려진 PER2, PER3, CRY2 mRNA 발현은 감소한 반면 또다른 시계유전자인 CRY1 mRNA 발현은 증가했다. 그러나 복부 피하지방 면적은 어떤 시계유전자의 발현과도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복부 피하지방보다는 복부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일주기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주기 리듬은 생명체가 지구의 자전에 맞춰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 리듬을 칭한다. 이 리듬은 시계가 없어도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일정 시간에 배가 고파지는 행동 등이 모두 일주기 리듬의 영향을 통해 제어된다.

이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부 내장지방이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심뇌혈관질환, 암 등 복부 내장지방과 관련된 여러 질환에 시계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작동 원리를 규명한 미국 과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해 대중에게도 익숙해졌다.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인간에 유익한 호르몬이나 면역세포가 제때 활성화되지 않아 에너지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주기 리듬이 무너지면 비만이 늘어나거나 염증, 대사성 질환이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 (연합뉴스) 내장지방의 면적이 증가할수록 시계유전자로 알려진 PER2, PER3, CRY2 mRNA 발현은 감소한 반면 CRY1 mRNA 발현은 증가하는 등 수치가 오르내리는 표.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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