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특수부대가 아덴만에서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 호에서 인질구출작전에 성공하면서 군과 정부당국이 모처럼 체면을 세우게 돼서 그러한지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한 듯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인질구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청해 부대와 작전 팀에게 국민적 성원과 박수를 보내야 함은 물론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을 치르고 해적들과 흥정을 벌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결단’을 내린 정부도 칭찬 들을 만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휘통신체계가 완벽했기에 가능했는지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서 ‘작전을 지휘’했다는 손학규와 박지원의 칭찬에는 선뜻 동의 할 수 없는 것은 작전지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군 현장지휘관 몫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이 인질구출작전을 지휘(COMMAND)했다면, 합참의장이나 해군작전사령관, 청해부대 최영함장, 구출작전팀장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어떤 작전이건 대통령은 물론 국방장관이 할 일은 작전의 승인과 지원이지 지휘를 해선 안 된다.

 
그러함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작전을 지휘 했다면 그것은 지휘가 아니라 전장에서 최대의 禁忌인 ‘간섭(interfere)’을 한 것이다. 여야정치꾼들이 최소한의 군사적 소양만 있더라도 대통령의 결단 대신 지휘란 용어는 안 썼을 것이다.

 
군 당국 역시, 그 공로는 높이 칭송하고 마땅히 인정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라도 거둔 듯 들뜬 분위기와 무용을 뽐내는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작전경과와 내용을 필요 이상으로 까발린 것은 상식이하라 하겠다.

 
특수부대가 특수부대이기 위한 대 전제는 철저한 보안과 엄격한 통제, 그리고 고도의 전술전기라 할 것인바, 이번 작전의 성공을 지나치게 PR하는 과정에서 편성, 장비, 훈련의 전모를 드러낸 것은 UDT/SEAL이라는 존재자체를 위태롭게 하였다.

 
Under란 수중이란 의미와 함께 <남몰래>라는 함의가 있으며, SEAL이란 육해공 어디서나 특수작전을 한다는 고유의 뜻과 함께 봉함(封緘, seal)한다는 뜻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작전성패를 좌우하는 保安(Security)원칙이다.

 
국군은 대한민국 헌법 제 5조가 명하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사명을 가지고 군인복무규율에 명시된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키 위한 무장집단이다.  


따라서 해외가 됐건 국내가 됐건 인질로 잡혀 있는 대한민국국민을 구출해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국군의 임무 중 하나인 것이다. 당연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해서 그 공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잘한다고 권장할 일이 아니다.

 
인질구출, 기습침투, 응징보복, 기만작전 같은 특수임무와 관련, 작전의 주체나 과정 경과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할 경우가 허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기나 상업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정치꾼과 언론은 문제가 있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4년마다 있어서 금메달을 못 따고 우승을 놓쳐도, 2등이 의미가 없는 선거에서 실패해도 재도전(Again)의 기회는 있다. 그러나 실패와 성공만 있을 뿐 빅도 재도전도 없는 군은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고 임무완수에 만족해야 한다.

 
국군은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나 이해타산만 하는 정치꾼은 국군의 희생과 헌신을 자신의‘人氣’와 바꾸고 세칭 언론이라는 것 또한 판매부수와 광고수입에만 혈안 됐을 뿐, 국군의 희생과 헌신에 진정으로 감사하는지는 의문이다.


선열에는 자신의 공로보다 임무를 앞세워 최후의 결전에 앞서 신에게는 오히려 13척의 전함이 있습니다(臣 尙有十三隻)라고 한 충무공 이순신과 나라를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는 것이 군인의 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고 한 안중근 의사가 있다.

 
전공은 자랑하는 순간 허명으로 남게 된다. 이제 軍은 정치꾼들의 입에 발린 칭찬이나 황색언론의 선정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국민의 군대로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에 전념할 뿐이다.  


천안함폭침과 연평도포격에 미흡한 대비로 실추 된 군 위상을 올리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정부 내 군 미필자의 콤플렉스를 감추는 데에 작전결과를 이용하는 것은 안 된다. 특히 ‘한국어가 암호’가 됐다는 식의 발표와 보도는 절대로 말아야 한다.  

백승목 컬럼리스트 (hugep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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