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른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라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외에 제출했다. 

이번 에산안에서는 안보 분야에 해당하는 국방부·국토안보부 예산은 10% 증액된 반면 나머지 민생과 대외 원조 관련 예산은 모두 삭감된 것에 야당이 크게 반발해, 향후 의회 심의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예산 청사진'이라는 2018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예산안을 제출했다. 그의 취임 후 처음 편성한 예산안이다.

이번에 제출된 차기 년도 예산안은 1조2천90억 달러 규모의 재량지출 예산을 대상으로 했다.

재량지출 예산은 미 정부 전체 예산 중에서 의무지출(2조4천840억 달러)과 부채 이자 비용(2천700억 달러)을 제외하고 행정부가 임의로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이다.

트럼프 정부는 재량지출 예산의 거의 절반인 5천890억 달러(49%)를 국방 예산으로 편성했다. 비(非)국방 예산은 6천200억 달러로 축소됐다.

정부 부처·기관별로 보면 국방부 예산이 5천740억 달러로 올해보다 10% 증가했다.

냉전 시대, 구소련과 군비경쟁을 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증액으로, 증가 금액(523억 달러)만으로도 내년 한 해 교육 예산(590억 달러)에 버금간다.

이어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 국경 치안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수행할 국토안보부 예산이 올해보다 28억 달러(6.8%) 많은 441억 달러로 확대됐다.

전역장병 처우 개선을 위한 보훈부 예산도 789억 달러가 편성돼, 올해보다 44억 달러(5.9%) 늘려 잡았다.

국방 등 '하드파워' 3개 부처 예산이 대폭 증액됨에 따라 외교와 민생 등 '소프트파워' 12개 부처의 예산이 줄줄이 삭감됐다.

당장 환경과 외교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환경보호청(EPA)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31.4% 감소한 57억 달러로 축소됐다. 국무부 예산도 271억 달러로 28.7% 삭감됐다.

이밖에 ▲농무부(20.7%) ▲노동부(20.7%) ▲보건복지부(16.2%) ▲교육부(13.5%) ▲주택도시개발부(13.2%) 등도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안서에서 "미국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안전 없이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은 "미국의 미래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의회 통과 저지 방침을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예산안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철학적으로 불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이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민생 예산' 축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향후 의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수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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