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김정남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말레이에 아들 김한솔이 입국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인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가짜뉴스에 유사한 인물까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물론 각국 정보당국까지 분주했으나 결국 허망한 헤프닝이 됐다.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 스프레이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사인을 감추고 서둘러 시신을 수습해가려는 북한은 해당 시신이 '김 철'로 자국 국적 외교관이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무조건 인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철저한 사인규명을 해야 한다며 부검은 물론 신원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가족이 와서 DNA검사 등을 통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김정남의 둘째부인 이혜경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솔(22)씨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와야 할 이유인 것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시신을 북한이 아닌 가족에 우선권을 주겠다며 2주안에 방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유족 동향에 촉각을 세우던 기자들 사이에서 '김한솔 말레이 입국설'이 20일 오후부터 돌기 시작했다.

김정남의 아들이 이날 입국한다는 메시지가 메시징 서비스 '와츠앱(Whatsapp)'을 통해 퍼진게 시작이었다. 김한솔이 '20일 오후 7시 50분께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는 에어아시아 AK8321편에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어 말레이 현지의 한 언론이 김한솔의 입국 예정 보도를 하면서 입국설에 무게가 실렸다.

이 때문에 취재진은 쿠알라룸푸르 공항 입국장과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앞에 진을 치고 확인 취재에 나섰고, 현지 매체와 일부 외신은 김한솔의 입국을 기정사실로 한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김한솔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항 입국장에서는 마스크를 썼거나 김한솔과 체형이 비슷한 사람이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취재진은 쫓아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이로 인해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보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취재진은 당일 자정께 공항에서 철수했지만, 영안실 앞에서는 이튿날인 21일 오전까지도 100여명의 기자들이 진을 쳤다. 그러나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보건총괄국장은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사망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김한솔 말레이시아 방문설은 사실상 부정됐다.

그런데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추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등 루머가 새로 퍼졌다. 그러나 시내 고급 주택가에 있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은 현재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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