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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 수용소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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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24  14: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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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북한에서 살 당시 지인들 중에는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고지식하기를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친구 역시 마음이 곧은 사람이었다. 그가 얼마나 마음이 어진사람이었는지 제대한 후 친척들의 소개로 처녀를 만나 약혼식을 했는데, 약혼식을 하던 날 처녀의 얼굴을 한 번도 마주보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에게 “너 첫날밤을 과연 치러 내겠느냐”고 놀리곤 했다.

그런 그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제대 후 1년 만에 큰 사고를 치고 사망했다. 아버지가 평범한 노동자인 그의 집은 너무도 못살았다. 온 식구가 죽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것을 1년 동안 지켜보며 울분을 쌓아가던 그는 어느 날 모험을 결심했다.

그는 어느 날 밤 단독으로 식량배급소를 습격했다. 그 어진 친구가. 그는 너무도 불공평하고 어지러운 사회를 어진 마음으로 살기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단지 식량 한 배낭을 위해서 식량배급소를 습격했지만 그에게 차려진 것은 죽음이었다.

식량마대를 지고 배급소를 나오던 그는 밤 시내를 순찰하던 군인들과 마주쳤다. 옥신각신이 벌어지고 나중에 격투가 붙었는데, 그는 격투를 벌리던 중 군인들이 휘두르는 총창에 배를 깊숙이 찔렸다.

그런데 뒤이어 달려온 보안원들은 피 흘리는 그를 보안서의 구류장에 처넣었다. 총창에 찔려 피 흘리는 사람을 치료도 하지 않고 구류장에 처넣은 것은 죽으라는 뜻. 그 뜻대로 그는 보안서 구류장에서 3일을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었다. 당시 그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보안서 놈들이 생사람을 죽였다고 격분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태도였다. 그가 죽은 다음 날 보안서의 담당보안원과 보위부의 담당요원이 그의 집을 찾았다. 그들도 아마 죽은 사람은 물론 그의 부모들도 너무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었다.

죽은 친구의 부모를 찾아온 보위부 담당요원과 보안서의 담당 보안원은 자신들도 기가 막힌 듯, 할 말을 못 찾고 담배질만 해댔다. 나중에 보위부 요원이 “참 안됐소”라고 말꼭지를 뗀 후 “아들이 죽은 것이 억울할 것이지만 다른데 다니며 필요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공갈 절반 위로 절반의 이야기를 했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하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헛 참 그놈이 미쳤지. 할 짓이 없어서 도적질을 하는가 말이요. 그런 놈은 죽어도 싸요(응당하다)”

그러나 보위부요원과 보안서 담당 보안원이 돌아간 후 친구의 아버지는 순박한 눈을 꿈벅이며 어머니는 손으로 땅을 후비며 슬피 울었다. 며칠 후 필자는 죽은 친구를 잊지 못해 그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집으로 다시 찾아갔는데, 그때 참으로 괴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생떼 같은 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너무 분해 가슴을 손으로 쥐어뜯으며 넋두리를 하는 죽은 친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투고 있었는데,

“영감은 생떼 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고도 억울하지 않소?! 왜 아무 말도 못하우. 어데 가서 하소연이라도 했으면, 중앙에 신소라도 했으면 내 가슴이 좀 풀리겠소.”

그때 그의 아버지는 이런 말로 아내를 타일렀다.

“필요 없어. 나도 속이 터지지만 참는다. 이럴 때 말을 잘못하면 큰 코 다쳐. 관리소(정치범수용소)가 괜히 있는 줄 알아?! 내년에는 둘째도 군대에서 돌아오겠는데”

죽은 친구의 동생도 당시 군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해 제대(전역)할 나이였다.

아마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위의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사회의 진실이다.

탈북자 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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