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일반 시민들이 들어갈 수 없었던 미국 대사관저가 1년 만에 대문을 열었다.

서울 중구가 주최한 '정동야행' 축제의 하나로 열린 대사관저 개방행사는 28일 1시부터 3시간 동안 이뤄졌다.

대사관저에는 옛 미국공사관 겸 영빈관도 자리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에게 문을 연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관저를 찾은 시민들을 만나 "가능한 한 자주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이웃 되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관저를 앞으로도 개방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 시민의 물음에 이같이 답하고선 "이곳(대사관저)은 역사의 일부분이기도 하고, 서울 도심의 아주 중요한 동네이기도 하다"며 "할 수 있는 한 많이 개방해 한국인들을 초대해 미국, 그리고 한국의 일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대사관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고 방문객들은 일찌감치 나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줄을 섰다. 초여름 날씨에도 방문객들은 선글라스, 선캡, 모자 등으로 '무장'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보안 검사를 마치자 번잡한 서울 도심과는 사뭇 다른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졌다.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한옥 양식의 대사관저는 해태 석상과 석등, 잔디 정원이 어우러져 여유로워 보였다. 방문객들은 휴대전화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자유의 여신상과 '엉클 샘'으로 분한 자원봉사자와 사진을 찍는 코너도 마련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등신대도 자리해 인기를 끌었다.

오후 1시 13분께 리퍼트 대사가 아들 세준 군을 품에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리퍼트 대사는 몰려온 방문객들을 향해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날씨가 좋아요!"라고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사진을 찍으려 휴대전화를 들이민 방문객에게는 미소도 지어 보였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질문받자 잠시 고민한 뒤, "한국 음식은 다 좋아한다"며 "하지만 아무래도 LA 갈비를 제일 좋아한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일하는 동생을 뒀다는 한 방문객에겐 "동생은 참 재미있는 분"이라는 덕담도 건넸다.

리퍼트 대사는 약 10분간 시민들과 함께 대사관저 경내를 둘러 본 뒤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사저로 들어갔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장순열(73)·몽금(68) 자매는 "옛 대한제국시대부터 공관으로 쓰이던 옛 모습을 보게 돼 너무 신기하다"며 "실제로 보니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미국 뉴욕 맨해튼보다 훨씬 더 멋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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