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에서 려명거리건설 착공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이봉석 기자) 북한이 김정은의 지시로 최근 착공한 대규모 건설사업인 평양 '려명거리'의 연내 완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김정은의 과시욕이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부실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8일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과 룡흥네거리 사이에 려명거리를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들과 과학자, 연구자들을 위한 주택을 비롯해 탁아소, 유치원, 세탁소, 체신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앙통신은 또 지난 3일 려명거리 건설공사의 착공 소식을 전하면서 "참가자들은 70층 살림집(주택) 건설장에서 려명거리 건설의 첫 삽을 박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려명거리가 완공되면 지난해 11월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짜리 은하아파트(높이 210m)의 높이를 압도하면서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관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착공사를 통해 "려명거리 건설을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뜻깊은 올해에 기어이 완공할 것"라고 말한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은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하아파트는 설계에서 완공까지 불과 9개월이 걸렸다.

▲ 북한 평양 려명거리건설 착공식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지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통과된 지 약 보름 만에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 그가 대내외적인 과시의 목적으로 건설 지시를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대회를 의식해 공사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았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담보된 건물이 지어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 팀장은 7일 "북한은 해외 기술과 자본으로 1987년 착공됐지만, 미완성인 105층짜리 류경호텔이 못내 아쉬울 것"이라며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고층빌딩 건축 기술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제제 국면에도 끄떡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은하아파트의 공기(工期)가 너무 짧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려명거리 초고층아파트도 유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에 있는 23층짜리 아파트가 붕괴해 수백명이 사망하는 등 날림공사에 따른 피해가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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