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호주 서부도시 퍼스에서 시드니까지 약 4천㎞의 거리를 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 투표한 청년이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퍼스에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손영수(34)씨는 지난 2일 주시드니 총영사관(총영사 이휘진) 내에 마련된 4·13총선 재외투표 투표소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퍼스에는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손씨는 멜버른이나 캔버라, 시드니에서나 투표할 수 있었는데 항공요금이나 소요시간은 큰 차이가 없고 비행편이 자주 있는 시드니를 찾아왔다.

손씨는 퍼스에서 이날 오전 5시30분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해 바로 투표소로 향했다. 시드니는 첫 방문이라 투표소까지 찾아가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 호주 서부 퍼스에서 시드니까지 4천㎞의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 4·13총선 재외투표에 참여한 손영수(34)씨가 투표용지와 항공권을 들고 있다.

손씨는 연합뉴스에 "투표를 안 하면 뭔가 마음에 걸릴 것 같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신을 시드니까지 이끌었다고 말했다. 거창하게 사명감이라고까지 말하기보다는 투표를 하면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특히 10일 전에 휴대폰과 함께 300 호주달러(27만원)를 분실해 한때 마음에 갈등이 있었지만, 오히려 내 형편에 따라 편리한 대로 투표를 한다거나 포기하기보다는 힘들수록 꼭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주변 동료들이 '네가 투표를 해봤자 바뀔 게 없다'며 만류했지만, 손씨는 "투표는 결국 나를 위한 일이며 내가 당장 혜택을 못 받더라도 자식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말로 설득을 했더니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라고 전했다.

이날 새벽 자신의 숙소에서 공항으로 나올 때는 일면식도 없는 한인 청년의 도움을 받았다. 퍼스 한인 사이트에 시드니에 같이 갈 사람이 있는지, 저렴하게 공항까지 차량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을 올렸는데 마침 새벽에 일이 끝나는 청년이 흔쾌히 무료로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손씨는 공항까지 자신을 태워준 사람도 "투표는 하고 싶지만,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 가고 싶어도 못 간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워킹홀리데이 비자(워홀러)로 퍼스에 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중앙선관위에서 파견된 이인희 재외선거관은 "손씨를 비롯해 많은 한인이 시간과 경비를 들여가며 투표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고 감동했다"며 "한국에서는 5~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투표소가 있으니 모두 선거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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