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들을 살해한 미국 60대 남성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은 엽총으로 아들 아미르 이사(29)를 쏴 죽인 비정한 아버지 셰하다 칼리 이사(69)를 계획적 살인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

경찰에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사는 11일 법정에 출두해 재판을 받는다. 사건 현장에서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아내의 시체도 발견됨에 따라 이사는 또 다른 살해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간 여러 차례 동성애자인 아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이사는 지난달 29일 자택 앞에서 엽총으로 혈육을 살해했다. 복부와 얼굴에 총을 맞은 아들 이사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살인을 순순히 시인한 아버지는 흉기를 아들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를 찾지 못했다고 로스앤젤레스 데일리 뉴스가 소개했다.

이사 부부는 사건 이전에도 집 뒤뜰에서 살던 아들을 가택에서 쫓아내려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은 기소장에서 "아들 이사의 성 정체성과 동성애자 및 이들과의 연계에 대한 아버지 이사의 인식이 빚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동성애자와 인권 단체는 성 소수자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됐고 우려를 나타냈다.

짐 키 로스앤젤레스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LGBT) 단체 대변인은 "동성 결혼 합법화 결정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이제 성(性)과 관련한 전쟁은 끝났고, LGBT도 다른 이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과 같은 사건은 LGBT가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인간관계 위원회는 2014년 연례 보고서에서 성 소수자는 흑인, 라티노, 유대인과 함께 증오범죄 희생자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적시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공격은 날로 증가 추세로 2013∼2014년에만 전년보다 14%나 늘었고, 특히 남자 동성애자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31%나 급증했다.

성 소수자들은 3건 중 1건꼴로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 행진에서 동성애자 깃발 흔드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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