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제2차 고난의 행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김정은을 향한 충성을 독려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조선의 최강의 힘'이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혁명의 길은 멀고 험하다"면서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파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 채택(3월3일) 이후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측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민들에게 극단적인 위기감을 불어넣음으로써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절해고도에 홀로 남아 원쑤(원수)들과 싸워야 할 때도, 시퍼런 작두 날 밑에 놓이는 그런 순간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목숨은 버려도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따르는 일편단심의 충정만은 끝까지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쑤(원수)들이 제재와 압살의 광풍을 몰아오다 못해 그 무슨 '참수작전'과 '평양점령'까지 떠벌이며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려는 오늘"이라며 "(지금은) 자주나 예속이냐,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참으로 전례없는 최극단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 제7차 대회로 향한 오늘의 70일 전투야말로 당과 수령에 대한 천만군민의 충정이 검증되는 투쟁의 용광로"라며 "시련속에서도 솟구치는 증산의 땀방울이야말로 영도자의 부름에 말이 아니라 심장을 내대는 평화시기 육탄전사의 삶을 증명하는 말없는 웅변"이라고 강조했다 .

북한 당국은 국가의 정책과 비전 등 주요 국정사안을 노동신문을 통해 제시해 왔으며 정론은 노동신문의 글중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론에 대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상당한 제재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주민들에게 각오를 다질 것을 미리 촉구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국내 정치 차원에서도 외부의 압력을 김정은 중심 권력 집중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경제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최소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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