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진 IS(이슬람국가)의 폭탄테러 사망자가 지금까지 31명으로 집계됐다.

그에 앞선 21일, 지난해 파리 테러의 마지막 주범 살라 압데슬람을 체포한 벨기에 수사당국은 이번 브뤼셀 테러를 'IS의 보복공격'으로 보고 파리 테러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추적에 나섰다.

브뤼셀 테러를 수사하는 프레데릭 판 레이우 벨기에 검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브뤼셀 자벤텀 국제공항과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세 건의 폭탄 테러 공격으로 총 31명이 숨졌으며 26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입원해 치료받는 부상자 25명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들의 신원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장 처음 확인된 사망자는 페루인 아델마 타피아 루이스(37)다. 벨기에인 남편 크리스토프 들캉브와 함께 브뤼셀에 거주하는 루이스는 친척을 방문하러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폭발 직전에 루이스의 4살 난 쌍둥이 딸들은 아빠와 함께 공항 다른 구역으로 놀러 가면서 화를 면했지만 들캉브와 쌍둥이 중 한 명은 파편에 맞아 다쳤다.

또한, 부상자 수백 명 가운데 프랑스인은 중상자 3명을 포함해 최소 8명이며 이탈리아인 3명, 영국인 2명, 콜롬비아인 2명, 에콰도르인 1명이 포함돼 있다고 각국 정부가 밝혔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11월 공연장과 축구장 등 '소프트타깃'을 시간 차 공격한 IS의 파리 테러와 비슷하게 출근길 브뤼셀 시민들이 모이는 대중교통시설을 동시에 타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오전 8시께 이용객 수백 명이 있던 자벤텀 공항 출국장에서 두 건의 폭발이 일어나 공항에서만 10명 이상이 숨졌다.

두 건의 폭발 중 최소 한 건은 IS 조직원의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했다고 벨기에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어 40여 분 뒤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말베이크 역에서도 폭발물이 터져 최소 21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동시다발 테러로 벨기에 정부는 항공, 기차, 버스,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시민들에게 집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는 등 사실상 브뤼셀 시내를 전면 통제했다.

 

IS는 테러 발생 몇 시간 뒤 공식 성명을 내 범행을 자처하면서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알라의 허락 아래 결과는 참혹하고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과 이라크 정보당국은 이번 공격이 압데슬람 체포에 따른 IS의 보복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압데슬람이 체포 후 경찰 조사에서 "브뤼셀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유럽에서 또 다른 테러를 준비하던 IS가 압데슬람의 배신을 염려해 계획 중이던 테러를 앞당겨 저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기에 경찰은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 3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테러리스트 추적에 나섰다.

CCTV 사진에 등장한 용의자 중 2명은 왼쪽 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있는데 이는 손에 든 폭발 장치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애초 공항에서는 벨기에 국적 칼리드(27)와 브라힘(30) 엘바크라위 형제가 자폭을 저지르고 수배 중이던 파리 테러 폭탄 제조범 나짐 라크라위(24)로 보이는 세 번째 용의자가 달아난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형제가 자폭 테러범인 것은 맞으나 브라힘은 자벤텀 국제공항에서, 칼리드는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각각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숨진 다른 테러범과 달아난 용의자 등 2명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엘바크라위 형제는 경찰에 사전에 알려졌던 인물들이라고 벨기에 RTBF 방송은 전했다.

칼리드는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을 추적하던 벨기에 경찰이 수색 도중 총격전을 벌인 브뤼셀 남부 아파트를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항 자폭범들을 제외하고 흰 점퍼 차림 용의자 1명이 도주한 것으로 보고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당국은 파리 테러의 압데슬람 체포 후 공개 수배 중이던 파리 테러의 '폭탄 제조범' 나짐 라크라위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수피아네 카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졌던 라크라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으로 꼽히는 몰렌베이크와 인접한 스하르베이크 출신으로 2013년 시리아에 다녀온 인물이다.

수사당국은 테러 직후 브뤼셀 일대를 수색해 라크라위의 연고지인 스하르베이크 지역의 아파트에서 못이 포함된 폭발장치와 화학물질, IS의 깃발 등을 발견했다.

또한 경찰은 당시 압데슬람 형제를 차로 태워준 모하메드 아브리니(30) 등 파리 테러의 잔당들이 이번 브뤼셀 테러에도 연루됐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아울러 IS 조직원들이 벨기에 등 유럽 내에서 조만간 추가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유럽 각국은 공항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경비를 강화하는 등 보안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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