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제발, 터키는 안됩니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습니다. 죽은 다음에 터키로 보내든지 하세요"

15년째 내전이 이어진 고국을 떠나 유럽 첫 땅에 발을 디딘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기쁨은 잠시였다.

자식 5명과 함께 터키에서 출발한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해안경비대의 감시를 피해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메리아 아제미 씨는 다시 터키로 송환될 거라고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합의한 난민송환 계획의 시행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레스보스 섬에 오른 아제미 씨의 절규를 전했다.

"안돼! 안돼! 안돼!"라고 비명을 지른 그는 "제발, 터키는 안됩니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습니다. 죽은 다음에 터키로 보내든지 하세요"라며 울부짖었다.

남편을 잃고 자식 7명을 키우던 그는 두 달 전 유럽행 밀입국 비용 2천500 파운드(약 421만원)를 마련하려고 두 딸을 팔다시피 시집보냈다.

남은 자식 다섯을 데리고 이란, 터키를 거쳐 이날 EU 밀입국에 성공한 그는 이제 전 재산은 170파운드뿐이라며 터키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다리와 딸의 손에 든 멍을 보여주며 "지난 2주 동안 그들(터키 당국)은 우리를 추운 길거리에 음식도 주지 않고 내버려뒀습니다. 경찰과 군인들은 우리를 다시 차에 실어 돌려보내려고 거의 죽이려고 했어요. 도대체 누가 터키가 안전하다고 말한답니까"라고 반문했다.

아제미 씨처럼 이날부터 그리스 섬들에 도착한 모든 불법 이주자들은 EU의 송환 계획에 따라 터키로 송환될 운명에 놓였다.

다만 EU와 그리스 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실제 송환이 이뤄지려면 며칠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EU와 그리스는 국경 경비대와 경찰, 망명 절차를 처리할 관리, 통역사, 추방을 결정할 판사 등 인력 4천명을 동원하기로 했지만 레스보스 섬에는 군인과 진압경찰만 있었다.

레스보스 섬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구호단 직원은 "아직 아무런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이 이주자들이 어떤 절차를 밟게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 섬 앞바다에서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구조된 이주자 베하르 마스투라 씨는 "우리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그들(그리스 당국)이 우리에게 한 것은 이 손목밴드뿐이다. 004-119라는 번호를 받았다. 이제 독일에 갈 수 없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레스보스 섬에 마련된 난민 시설의 당국자 누구도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EU와 터키는 지난 18일 터키가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을 재수용하는 대가로 EU는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고 EU 가입 협상을 가속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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