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첫날인 14일 32만여 명이 1천100억 원가량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ISA 유형별로는 신탁형이 대부분이었고 가입액의 70% 이상은 은행으로 들어왔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전날 하루 동안 가입한 고객은 32만2천990명으로 집계됐다.

가입 기관별로는 은행이 31만2천464명(96.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1만470명(3.2%)과 56명(0.0%)이었다.

기관별 유치 금액은 은행 802억원, 증권사 293억원, 보험사 5천만원으로 증권사 쪽에 상대적으로 큰돈을 맡긴 고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는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등 기존 세제혜택 상품과 비교해 출시 첫날 가입 규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형저축에는 198억원, 소장펀드는 16억6천만원이 출시 첫날 들어왔다.

ISA 형태 기준으로는 신탁형 가입자가 32만2천113명으로 일임형의 877명보다 훨씬 많았다.

신탁형의 가입금액은 1천77억원, 일임형은 18억원이었다.

가입 금액도 신탁형이 1천77억원(98.4%)으로 일임형(18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신탁형이 인기를 끈 것은 일임형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소액으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데다 분산투자 규제가 없어 예·적금 등 안전상품을 선호한 고객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계좌를 개설한 이후에도 투자자가 편입상품을 결정할 수 있어 가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5~7%대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ISA 판매 첫날 실적에서 일임형이 적은 것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이 투자상품별 한도가 있는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어려워 주로 신탁형에 들어간 탓"이라며 "특판상품의 만기 후에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우위가 있는 증권사의 일임형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익률 공시가 의무화된 일임형 ISA의 경우 수익률 비교 공시가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신탁형만 팔 수 있는 은행이 많은 영업망을 활용해 기존 고객을 ISA에 가입시키는 전략으로 많은 계좌 개설 실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들이 과도한 계좌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무늬만 계좌인 ISA가 다수 개설되고 불완전 판매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ISA 계좌당 평균 가입액은 증권이 286만원으로 은행권(26만원)의 10배를 웃돌았다.

이는 은행들이 계좌 할당이나 사전 예약 고객 등의 전사적인 마케팅으로 계좌 확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계좌 유치 등 영업 과열 현상이 증권보다 은행에서 심하다"며 "은행에선 묻지마식 가입 권유나 가입액이 별로 없는 계좌 개설 사례가 다수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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