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동경 기자) 러시아에서 "담배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는 '금연 포스터'가 등장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에서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을 '대량 학살자'로 비난하는 캠페인이 활발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 시내의 한 버스 정류장에 등장한 이 포스터는 담배를 피우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비록 오바마가 사람을 아주 많이 죽였지만, 흡연이 오바마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또 "담배를 피우지 말라. 오바마처럼 되지 말라"고 적혀 있다.

이 포스터를 누가 제작하고 붙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 시 당국도 입을 다물었다.

이 포스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 반대운동을 펼친 적 있는 반정부파 드미트리 구드코프(36) 의원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인터넷에서 널리 퍼졌다.

구드코프 의원은 "러시아 수도 거리에 이러한 광고가 등장한 것은 혐오스럽고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반감을 표시했다.

구드코프 의원은 "아마 나중에는 아이들을 겁주는 것도 바바 야가 보다는 오바마를 이용하는 일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바 야가는 러시아 민화에서 아이를 잡아먹는 마귀할멈이다.

그의 게시물에는 1천300건의 '좋아요'가 올라왔고, 호감과 비호감을 표시하는 글과 함께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하는 글들이 여럿 달렸다.

 

여러 외신도 이 사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담배를 끊은 지 6년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러시아 학생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대량 학살자라고 비난하는 성격의 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주에는 한 체육관 실내에 모여든 학생 수백 명이 마치 총살을 당한 듯 갑자기 한꺼번에 쓰러진 뒤 혼자 남은 한 여학생이 "오바마는 매주 875명을 죽인다", "오바마를 저지하라"(Stop Obama!)라는 문구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떴다.

이 동영상에 하루 앞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오바마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고 러시아 대학생들이 유엔에 촉구하는 동영상도 올라왔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한 대학생은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 통합 러시아당의 청년조직 소속 매체의 편집자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난 1월에는 모스크바 미국 대사관 건너의 한 주거용 빌딩에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에 등장했던 '희망'(hope)이라는 문구를 '살인자'(killer)로 바꾼 배너가 나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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