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국기헌 특파원) 프란시스코 교황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가 집단 피살된 멕시코 교육대생 43명의 부모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

바티칸이 오는 12∼17일 멕시코를 방문하는 교황과 집단 피살된 교대생 부모들과의 면담 일정을 방문 하루 전에 취소했다고 중남미 뉴스전문 위성채널인 텔레수르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의 멕시코 방문을 조율하는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교대생 집단피살 사건을 슬퍼하고 있으며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서도 "교황은 한 집단에 특혜를 주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바티칸은 지난달 25일 교황이 집단피살 교대생 부모와 만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바티칸서 미사 집전하는 교황

이는 멕시코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거들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취해진 결정이었다.

집단피살 교대생 중 한 명의 어머니인 일다 바르가는 텔레수르에 "교황은 1970년대 30만명 이상이 실종된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며 "교황은 모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언급하는 데 대해 민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텔레수르는 바티칸이 멕시코에서 사회정의 활동의 중심에 있는 집단피살 교대생 부모들과 교황의 만남을 거부함으로써 약자와 소외받는 이들의 친구로 인식되는 교황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르가는 "슬프게도 교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우리는 자식들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고 그를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 멕시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국민 3분의 2가 교황과 집단피살된 교대생 부모와의 만남을 지지하고 있다.

▲ 집단피살된 교대생들의 사진

유럽연합 의회는 최근 집단피살된 교대생의 시신 수색을 돕기 위해 100만 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2012년 12월 취임한 이후 멕시코에서 2만7천 명 이상이 실종됐다.

2014년 9월26일 이괄라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던 아요치나파 교육대 학생 43명은 실종된 뒤 시신이 모두 불태워진 채로 발견됐다.

이후 멕시코 연방검찰은 교육대생들이 갱단에 의해 모두 피살돼 이괄라 인근 코쿨라 시의 쓰레기매립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지난해 1월 결론 내렸으나, 정부의 은폐·조작 등의 의혹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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