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최평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시간)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사태 때와 달리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뒤 개혁 작업에 착수했던 WHO가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 늑장 대응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회의가 끝나자마자 "여행이나 교역에 대한 금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결과를 즉각 발표했다.

앞서 2014년 WHO는 에볼라 사태 당시 한참이 지나서야 전면 대응에 나섰다.

그해 5월 27일 시에라리온에서 사망자가 5명 발생한 것이 확인됐지만, WHO는 두달 이상 지난 8월 8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WHO는 그해 6월 초 에볼라가 극도로 치명적이며 머지않아 서아프리카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현장 요원들의 보고를 받고도 두 달가량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WHO가 에볼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아프리카 국가의 광물 자원 개발이나 무슬림의 메카 성지 순례 등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상사태 선포를 미뤘다는 정황이 발견된 바 있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WHO가 에볼라 대응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는 이미 감염이 1천711건 보고됐고 사망자는 932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지카 바이러스 사태에서 WHO는 브라질 정부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WHO는 또 에볼라 사태 이후 지적받았던 리더십과 조직 명령 체계에 대해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볼라 사태 당시 현장 직원들은 반복적으로 WHO 상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관련 보고 체계가 부족했고 책임자의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내부적 비판이 들끓었다.

국제적십자사가 시에라리온에 에볼라 전용 병원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WHO 관계자 누구도 이에 대해 답을 해주지 않아 에볼라 전파가 정점에 이르고 나서야 병원이 지어질 수 있었던 일도 있었다.

이처럼 WHO는 그동안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와 서태평양 지역본부 등 전 세계 6개 지역본부가 집단 지도체제 형태로 운영되면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조직적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에볼라 사태 이후 WHO는 본부와 지역본부, 회원국이 하나의 명령체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한다는 '하나의 프로그램'(One Program)과 긴급상황 발생 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력이나 예산을 파견하는 '하나의 예산'(One Budget)을 목표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울러 에볼라 같은 질병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하면 인력과 장비를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1억 달러(약 1천200억원) 규모의 별도 긴급대응기금을 마련하기로 하고 현재 약 2천5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 상태이다.

사태가 터지면 기존에 편성된 예산과 인력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WHO 사무총장 책임하에 즉각 인력과 예산을 운용하고 이후 정규 예산이나 추가 기금 모금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WHO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직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WHO는 에볼라 사태 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이후에도 물품 지급 미숙과 의료진 보호 부족 등의 서투른 대응을 보여 비판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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