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최평천 기자) "한반도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의 북쪽에는 이상한 적막감이 흐른다. 더 귀를 기울이면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희미한 남한의 가요가 섞여 들려온다."

미국 통신사 AP가 29일(현지시간) '북한 DMZ'발로 북쪽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와 판문점 풍경, 군인들과의 인터뷰를 사진, 영상과 함께 상세히 보도했다.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한창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이 외신 기자에게 DMZ 취재를 허용한 것이다.

AP통신 평양지국장 에릭 탈매지가 쓴 이 기사에서는 남한의 대중음악인 K팝이 어떤 노래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취재진을 인솔한 군인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조심스럽게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는 군인들과 발포 준비를 마친 포대 등이 포진한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요새화 국경"이라고도 이 통신은 소개했다.

그런 비무장지대에서 K팝이 들려온 것은 지난 6일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 발표에 한국 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과 북한 사이에 고조된 긴장감이 이 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북한은 아직 남한의 확성기방송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도발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북한 인민군 전남수 대좌는 "우리는 방송을 하고 있지 않다"며 "남쪽의 꼭두각시들이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고 비합리적인 것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는 외국인들에게 단 2곳의 입장을 허용하며 독자적 방문은 어렵다.

외국인 방문자가 갈 수 있는 언덕 위 벙커에는 DMZ의 전경과 함께 건너편에 있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북한군 벙커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곳에는 남한과 북한 군인이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침묵한 채 서로 응시하고 있는 판문점이 있다.

29일 취재진의 방문 당시에는 단지 2명의 북한 군인만 남북한 군사분계선에 걸쳐 있는 회담장 외부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북핵 실험 이후 고조된 긴장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인민군 남동철 상좌는 AP 취재진에게 북한은 유엔의 새로운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평화 협정을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명무실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평화협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 믿음, 존경을 보여주는 것이고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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