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김귀근 기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를 확장하는 엔진 시험을 계속해 온 끝에 사거리 1만3천여㎞ 가량의 로켓 추진체를 개발한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사거리 1만3천여㎞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이며,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ICBM인 'KN-08'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탄두 형태가 뭉툭해진 개량형 KN-08을 선보이기도 했다. 2단 추진체인 이 개량 미사일은 탄두 부분에 자세를 제어하는 보조 추진기관을 장착해 안정적인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ICBM과 노동미사일(사거리 1천300㎞),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700㎞)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핵탄두를 1t 이하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도 장착할 수 있게 돼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 기지, 괌과 앤더슨 기지, 남한까지도 핵무기 타격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KN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2천여기의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상태이다. 이 가운데 스커드는 600여기, 노동 미사일은 200여기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높여 사거리의 절반가량인 650km를 비행토록 했다.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이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하고 있다는 통설을 깨뜨리고 이 미사일로 한반도를 공격할 수 있음을 확인케 한 시험 발사였다.

이 시험발사는 주한미군이 미국 국방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사거리 1만3천여㎞의 장거리 로켓을 개발한 데 이어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확보한다는 가정 아래 '맞춤형 확장억제전략'과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전략과 작전계획은 유사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지상기지에서 선제 타격하는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경계심을 갖는 것은 ICBM이 발사된 이후 외기권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필요한 재진입체 기술과 탄두 보호 기술 확보 여부이다.

미사일이 외기권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는 데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탄두가 고열에 터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은 미국, 중국, 러시아 정도가 확보하고 있다.

북한은 개발을 끝낸 KN-08을 한 번도 시험 발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군은 지난 6일 감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질타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동창리 발사장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기습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을 갖춰놓고 있다.

하루에 8시간가량 한반도 지역을 감시하는 미국의 첩보위성망을 따돌리려고 발사대를 비롯한 발사장과 철도로 연결된 동창리역에 가림막을 설치해놨다. 특히 발사장에 대형 조립동 건물을 건설했으며 이 건물에서 발사대까지 2개의 레일을 깔아놨다.

조립동에서 로켓 추진체를 조립해 야간에 발사대에 장착하고 가림막으로 가려놓으면 미국의 첩보 위성을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서 1주일 내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발사 가능 시점을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당장 발사할 조짐은 없지만 언제라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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