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홍창진 특파원) 중국에서 위도가 가장 높아 연중 절반이 겨울철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이 북극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헤이룽장성은 새해 들어 최저기온 영하 20도 안팎으로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이다가 이번 주에 기온이 급강하, 지난 22일 성도인 하얼빈(哈爾濱)의 최저기온이 영하 34도를 기록하는 등 매서운 한파로 돌아섰다.

23일 오후 하얼빈의 최대 번화가 중양다제(中央大街)에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은 내복과 두꺼운 외투, 방한화,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한파에 익숙한 하얼빈 시민들도 "이번 추위는 지난 30년간 보기 드문 엄청난 강추위"라며 옷깃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바람에 뼛속까지 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국제 빙등제 행사가 열리고 있는 이곳엔 남쪽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객들도 많았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에서 부부가 같이 온 류(劉)모(47)씨는 "얼음의 고장인 하얼빈의 추위를 맛보고자 방문했는데 제대로 걸렸다"며 "우리 고향에도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TV뉴스에 봤다"고 했다.

도심 북서쪽에 위치한 타이양다오(太陽島) 공원 내 빙등제 주행사장 기온은 영하 24도였으나 사방에서 달려드는 강풍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영하 30도에 육박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온 관광객 두(杜)모(여·43)씨는 "베이징의 겨울 날씨도 매섭지만 둥베이(東北)의 추위가 듣던 대로 혹독하다"면서 "앞으로 하얼빈의 추위는 영원히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강추위로 인해 휴대전화 배터리나 캠코더 배터리가 얼어붙어서 추억의 한 장면을 남기려다가 낭패보는 사람도 속출했다.

한국에서 빙등제 행사를 취재하러 온 한 방송사 카메라기자는 궁리 끝에 발열 '핫팩'으로 배터리를 감싼 채 취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인 관람객 고모(여)씨는 "한국에선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추위에 기절할 것만 같다"며 "행사장을 돌아보는 40여 분동안 손과 발이 마비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빙등제 관람객들은 그래도 장갑낀 손을 비벼가며 각국의 유명 건축물이나 매스미디어의 캐릭터를 본떠 만든 정교한 대형 눈 조각과 얼음 건축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하의 기온에도 하얼빈 거리에서 아이스크림 등 찬 것을 먹으며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추위에 맞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중양다제의 명물인 마뎨얼(馬迭爾)호텔 뒤편 아이스크림 가게 앞 도로엔 수십 명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학생 주(朱)모(23)씨는 "겨울에 '춥다 춥다'하기만 해선 추위를 이겨낼 수 없고 일부러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이두즈두(以毒制毒:독을 다른 독으로 없앤다)하곤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민 자오(趙)모(59)씨도 "날씨가 매우 춥지만 겨울이 지나려면 아직 석달 정도나 남았고 앞으로 더 추운 기온을 맞을 텐데 벌써부터 호들갑 떨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온 한 관광객도 "우리 지역에선 최저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이 정도 날씨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대부분 추위에 지친 시민·관광객들은 거리의 찻집, 패스트푸드점, 서점 등에 들어가 따뜻한 차(茶)나 커피를 마시며 혹한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하얼빈의 젖줄인 쑹화(松花)강변에선 강바람으로 맹추위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인민방홍(防洪)승리기념탑 주변에 산책 나온 가족이나 연인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추위를 이기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지난 20일 '하얼빈 폴라랜드(極地館)'내 새로 개장한 야외 '미니 북극'에도 펭귄쇼 등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모였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