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임화섭 특파원) 2015년이 관측 사상 지구가 단연 가장 더웠던 해로 분석됐다. 지구 전체는 물론이고 육지와 바다, 남반구와 북반구 등으로 나누어 따진 부문별 최고 온도 기록까지 모조리 갈아치워 '9관왕'이 됐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심한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는 바람에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고 온도 기록이 깨졌다.

전세계 국가들이 90년에 걸쳐 사수하려던 온도 변화 억제선도 불과 5년만에 무너졌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15년 지구 온도는 1.0도 상승해,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2010년에 설정했던 목표 억제선인 '2100년까지 2도 이내 상승'의 절반에 이미 도달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항공우주국(NASA)은 20일(현지시간) 합동 전화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5년 지구 온도와 기후 조건 분석 결과를 밝혔다.

두 기관은 서로 다른 방식과 기준으로 지구 표면 곳곳의 온도를 측정하고 분석해 상호 독립적으로 결과를 내놓은 후 이들을 비교해 타당성을 검증한다.

NOAA와 NASA 양쪽 다 지구 표면 온도의 절대 수치 자체를 발표하지 않고,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삼아 대비한 '편차치' 방식으로 이를 발표한다.

NOAA의 경우 20세기 평균(1901∼2000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기간의 지구 전체 평균 온도는 약 섭씨 13.9도, 남반구와 북반구를 합한 육지의 평균 온도는 약 8.5도, 남반구와 북반부를 합한 해양의 장기 평균 온도는 약 16.1도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런 값들은 기준치로서만 의미가 있으며, 이 값들에 편차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온도를 계산하는 것은 체계적 오류와 유효숫자 문제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잘못된 방법이다. 이 때문에 NOAA나 NASA 등 기관들은 편차치 방식으로만 발표를 내놓는다.

2015년의 지구 표면 전체 연평균 온도는 NOAA 분석에 따르면 20세기(1901∼2000년) 평균치보다 0.90도 높았고, NASA 분석에 따르면 1951∼1980년 평균보다 0.87도 높았다.

이는 근대적 관측 기록이 있는 1880년 이후 136년간 가장 높은 것이며, 종전 기록이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NOAA 분석으로는 0.16도, NASA 분석으로는 0.13도 높았다.

NOAA 분석에 따르면 이번 신기록은 종전 최고기록과의 격차가 역사상 가장 큰 사례였다. NOAA와 NASA에 따르면 역대 최고 연평균 온도 3위는 2012년이었다.

2015년 지구 온도는 19세기 평균치(1880∼1899년 평균)보다 1.0도 높았다. 이는 전 세계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온도가 이만큼 올랐음을 뜻한다.

지구 온난화는 최근 35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21세기 들어서는 극심해졌다.

지구 표면 연평균 온도 연간 최고기록은 최근 11년간 2015년, 2014년, 2012년, 2005년 등 4차례 깨졌다.

NOAA와 NASA는 온도가 높은 순서대로 연도를 나열하면, 21세기의 15개 연도(2001∼2015년) 모두와 1998년이 16위 내에 든다고 설명했다.

NOAA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중 1월과 4월을 제외한 10개월은 월별로 각각 따져도 역대 최고기록을 깨뜨렸다. 1월은 역대 2위, 4월은 역대 3위였다.

이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데다가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발생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장 개빈 슈밋은 전화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엘니뇨의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2015년은 주목할 만한 해였다"며 "작년 온도가 엘니뇨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우리가 보고 있는 기록적인 온난화를 낳은 것은 장기 추세의 누적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이 관측사상 단연 가장 더운 해였음이 확실하다며 "2014년에도 기록이 깨졌지만 큰 폭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은 (2014년의 기존 기록을) 넉아웃시켰다"고 평했다.

NASA 국장 찰스 볼든은 "기후 변화는 우리 세대가 직면한 도전"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은 일어서서 인식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기후 변화에 관해 행동을 취할 때"라고 강조했다.

NOAA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지구 표면 온도는 전체뿐만 아니라 남반구와 북반구에 대해 각각 육지·해양·전체를 구분해서 따지더라도 9개 각 부문이 모두 관측사상 1위였다.

2015년 지구 육지의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1.33도, 기존 최고기록(2007년)보다 0.25도 높았다.

또 해양의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74도, 기존 최고기록(2014년)보다 0.11도 높았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온도는 20세기 평균 대비 각각 1.09도, 0.70도 높았다.

대륙별 육지 온도는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에서는 관측 기록이 있는 1910년 이래 2015년이 가장 높았다. 또 2015년 온도는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는 역대 2위, 북아메리카에서는 역대 5위, 오세아니아에서는 역대 6위였다.

작년 12월, 즉 바로 지난달에도 극심한 온난화 경향이 지속됐다.

작년 12월의 지구 평균 온도는 연중 같은 기간의 20세기 평균보다 1.11도, 기존 최고기록(2014년)보다 0.29도 높았다.

또 육지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1.89도, 기존 최고기록(2006년)보다 0.48도 높았고, 해양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83도, 기존 최고기록(2009년)보다 0.20도 높았다.

슈밋 소장은 "올해 봄에도 엘 니뇨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며 여름까지 이어질 공산도 크다"는 분석을 전하면서 2016년에도 이런 극심한 온난화가 지속돼 3년 연속으로 최고 온도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열대 태평양에는 2014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엘니뇨가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대규모 엘니뇨가 발생한 것은 전세계에 이상 고온, 폭우, 가뭄 등 기상 이변이 잇따라 일어난 1997∼1998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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