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김준억 특파원)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시리아인의 자폭테러에 터키 관광의 중심지인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 지구가 침울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오전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우뚝 선 오벨리스크 바로 옆에선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직후 무장한 경찰들은 테러 현장 주변에서 폭넓게 출입을 금지해 폴리스라인 밖에서는 현장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트위터에 공유된 한 관광객이 폭발 순간을 촬영한 사진에는 높이 2m 정도의 오벨리스크 받침대 위로도 불길이 치솟아 폭탄의 위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트위터로 퍼진 다른 사진에는 오벨리스크 주변에 외국 관광객들의 절단된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터키 정부는 보도를 통제해 터키 언론들에는 참혹한 순간이 보도되지 않고 있으나 터키인들은 트위터로 확인한 참혹한 현장 사진들을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참사가 벌어진 곳은 이스탄불이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던 당시 전차 경기 등이 열린 히포드로모스로 지금은 술탄아흐메트 광장으로 불린다.

테러범은 광장 가운데 놓인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를 구경하던 독일 등 외국 관광객을 겨냥했다.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의 파라오가 룩소스 신전에 세운 것으로 전해진 이 오벨리스크는 로마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390년 이곳으로 옮겨 이스탄불에 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 광장은 터키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관람하는 성소피아박물관과 술탄아흐메트 자미(이슬람사원의 터키어)가 있는 곳으로 터키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광장 건너편 케밥식당 술탄펍의 매니저 우푸크씨는 "여기는 터키 관광의 심장인데 이런 일이 나서 걱정이다"라며 "작년에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더 나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 주변에 즐비한 식당들에는 빈자리가 많았고, 호객하는 종업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평소 관광객들로 가득한 광장도 한산해 군밤을 파는 노점상에는 팔리지 않은 군밤들이 가득했다. 성수기에 성소피아박물관에 입장하려면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지만 이날 오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광장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 양재연 씨는 "이집트에서 브라질로 여행가기 전에 이스탄불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경유하는 일정을 짰는데 테러가 났다니 다니기가 걱정된다"며 "꼭 보고 싶었던 성소피아박물관만 가보고 호텔에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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