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박성진 기자) 이슬람 풍자 만평으로 지난해 1월 테러를 당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6일(현지시간) 테러 1주기 특집호를 펴냈다.

표지에는 '총을 멘 신'의 그림과 함께 "1년이 지났으나 암살자는 여전히 도망 다니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표지 속 신은 지난해 1월 7일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를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가한 사이드와 셰리프 쿠아치 형제 등이 사용한 무기인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메고 있다.

신이 입은 흰 옷은 붉은 피로 얼룩져 있다.

이 표지는 리스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만화가 로랑 수리소가 그렸다. 1년 전 테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수리소 편집장은 이번 호 사설에서 "감히 종교를 비웃었다가 동료들이 살해됐다"면서 "쿠란(이슬람 경전)에 미쳐 이성을 잃은 사람들과 그와 같은 다른 종교인들은 우리 잡지가 종말을 맞기를 원했다"고 과격 종교인을 맹렬히 비난했다.

특집호에는 당시 테러로 숨진 다섯 명의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와 몇몇 외부 기고가의 작품이 실렸다.

세속주의를 다룬 한 만평에서는 복면을 쓴 총잡이가 "기도하지 않는 이들을 먼저 죽여라. 그러면 다른 이들도 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특집호는 100만 부가 발행되며 독일, 벨기에 등 외국에도 판매된다.

1주기 특집호에 대해 종교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황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인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샤를리 에브도의 선택에는 종교와 무관하게 신에 대한 종교인의 믿음을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고자 하는 슬픈 역설이 있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종교 자체나 타인의 종교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선동가"라면서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고 타인의 믿음을 모욕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무슬림 대표기구인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는 이번 특집호 만평에 대해 "다양한 종교 신자에게 상처를 준다"면서 "프랑스 사회의 단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