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임화섭 특파원) "상냥한 미소를 띠고 한손으로는 악수하면서 다른 손으로 뺨을 때리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그냥 맞고만 있어야 할까요"

위안부 문제를 미국과 전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재미 인권단체 가주한미포럼(KAFC, kaforumca.org)이 28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정부가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합의 타결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KAFC는 이날 연합뉴스에 김현정 사무처장 명의의 이메일 성명을 보내 이런 입장을 밝혔다.

KAFC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난 20여년간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해 '일본 내각이 승인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법적 배상'을 외쳐 왔으나 이번 합의에는 이런 조건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KAFC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세계적인 여성 인권 문제이고 한국 외에도 10개국에 피해자들이 있으나 이번 합의는 이들의 인권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한·일간 좁은 의미의 외교 문제로 이 이슈를 축소·폄하하고자 하는 일본의 의도에 그대로 말려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의' 종결 합의임을 일본 측이 강조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다시는 이 이슈를 가지고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입막음 장치까지 합의안에 포함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더 이상 이슈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일본의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KAFC는 "일본의 사과가 진정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소녀상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독일의 과거사 반성 자세와 일본의 태도를 대비했다.

이 단체는 "독일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해 가르치고, 유대인 누가 살았던 집이라는 동판을 만들어 집 앞 보도블록에 깔아서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아이들을 견학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말로는 사과한다면서 소녀상을 반대하고, 할머니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돈 많이 받는 창녀였다고 하고, 모집관들이 조선 사람들이었으니 일본의 국가적 책임은 없다고 하고, 미국 교과서에 들어 있는 위안부 관련 문구를 빼라 고 하고,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책을 미 정치인들과 학자들에게 뿌리고 있다"고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다.

KAFC는 그간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고 각 지역 교육당국이 교육과정에 위안부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 왔다.

미국 도시들 중 소녀상 등 위안부 기념물이 설치된 곳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로너트파크, 뉴욕주 롱아일랜드,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유니온시티,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미시간주 미시간시티 등이며, 대도시 중에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가 이를 건립키로 시의회에서 결의한 상태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만든 역사·사회과학 교육 과정 지침 개정 2차 초안에 "일본군은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과 전쟁 중에 이른바 성노예인 위안부들을 점령지에 강제로 끌고 갔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지침은 2017년부터 공립고교에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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