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권영전 기자) 일제강점기 한반도 내 강제동원 현장을 조사해 정리한 한국 정부의 첫 공식 현황 자료가 나왔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005년부터 한반도 지역의 강제동원 사업장과 군사시설 등을 조사한 결과 8천329개소의 강제동원 현장이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일본 내 강제노무 동원 현장이 4천119개소임을 고려하면 한반도 내 현장은 일본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한반도를 일종의 병참기지로 활용하면서 인력과 물자를 수탈해간 증거로 볼 수 있다.

정혜경 위원회 조사1과장은 "1938년 제정한 국가총동원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한반도는 물자와 인력,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일본은 국가총동원법에 동원해야 할 물자의 종류를 규정하고 매년 생산력 확충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강제동원 현장을 종류별로 분류하면 노무작업장이 7천425개소, 해군 작업장 42개소, 군부대 소재 지역 862개소 등이었다.

현존 일본 기업이 운영한 사업장·군시설은 577개소로 조사됐다. 미쓰이(三井) 계열이 129개소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쓰비시(三菱·108개소), 니혼질소비료(86개소), 하자마구미(間組·34개소), 아소(麻生·26개소) 계열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평북이 951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기(844개소), 함남(817개소) 등 순이었다. 평북은 탄광·광산이 838개소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경기는 공장이 285개소로 탄광·광산(325개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작업장 가운데 피해자가 확인된 곳은 1천875개소였다. 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2만 3천514명 가운데 이들 작업장에 동원된 것이 확인된 피해자는 1만 3천396명으로 집계됐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가운데는 열 살밖에 안 된 소녀도 있었다.

경북 상주에서 부산에 있는 부산방적으로 동원됐던 한 소녀가 만 10세 때 이 공장에서 사망했다는 기록이 이번 조사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국내 지역 강제동원 피해자는 현행법상 위로금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지는 위로금은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반도 강제동원 현황을 공식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이를 현존 일본기업 등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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