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렌베이크에서 작전 중인 벨기에 경찰

(연합뉴스=김지연 기자) 프랑스 파리 테러 주범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달아난 살라 압데슬람을 벨기에 수사당국이 놓친 것은 한밤중 민가에 대한 급습을 금지한 규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쿤 헤인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현지 방송에서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일반 가정집에서 검거작전을 벌이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압데슬람 검거 작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파리 테러에 직접 가담한 다른 범인들은 모두 자폭하거나 사살됐으나 압데슬람만 살아남아 브뤼셀로 달아났고 이 때문에 프랑스와 벨기에 검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압데슬람은 이후 브뤼셀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도 잡히지 않았고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헤인스 장관은 RTBF 방송에 "우리 보안기관에 따르면 그가 거기(주택)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당시 시간이 우리의 작전을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 규정은 수사에 큰 장애물이라면서 경찰이 압데슬람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주택을 즉시 덮치기를 원했으나 오전 5시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헤인스 장관은 "그를 찾지 못했으니 그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헤인스 장관이 언급한 날은 벨기에 경찰이 몰렌베이크에서 지난달 15일과 16일 잇따라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였던 시기 중 하루다.

이런 규정은 일반 가정의 사생활 보호와 공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것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들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벨기에 정부는 파리 테러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14일 테러 사건에 대해서는 야간 급습을 허용하도록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바뀐 규정은 내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벨기에 수사당국은 이 규정 때문에 압데슬람 검거에 실패했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의 한 대변인은 현지 벨가통신에 "그곳에서 작전을 벌였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며 "밤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허용되지 않았기에 그를 체포할 수 없었고 그 사이에 그가 탈출했다고 말하는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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