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장현구 특파원) 극악무도한 범죄로 인류의 공적이 된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여성을 단돈 10달러(약 1만1천600원) 또는 담배 10개비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미국 NBC 방송은 IS에 붙잡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하거나 풀려난 '아빈', '질란'이라는 가명의 야지디족 여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IS의 악랄한 성 착취 행태를 29일(현지시간) 전했다.

IS는 지난해 8월 야지디족이 살던 이라크 서북부 신자르산 지역을 점령한 뒤 약 3천명에 달하는 여성과 소녀를 억류했다.

이 중 약 1천 명이 탈출에 성공해 자유를 얻었으나 2천 명은 여전히 IS의 점거지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NBC 방송은 추산했다.

억류됐다가 풀려난 아빈(23)은 "IS가 붙잡아간 야지디족 남성과 여성·소녀를 격리 수용했다"면서 "밤이면 여성과 소녀들이 머무는 학교에 찾아와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의 락까에서 대부분의 억류 생활을 보낸 아빈은 탈출하기 전까지 거의 1년간 숱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얻어맞았다고 술회했다.

IS의 손아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여성과 소녀 수십 명과 이야기를 나눈 인권 운동가 키더 도믈레는 "탈출한 여성을 만날 때마다 IS의 야지디족 유린 실상을 새로 알게 된다"면서 "IS 근거지에 있는 여성들은 IS 대원이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마다 3∼4차례 정도 팔려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S가 무기 교환의 대가로 또는 단돈 10달러나 담배 10개비를 받고 여성을 팔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인간성을 상실한 어떤 IS 대원들은 조롱하거나 몸값을 받아내고자 억류 여성의 사진을 그들의 가족에게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세 동생과 함께 IS에 붙잡혔다가 탈출한 질란이라는 소녀는 여전히 IS의 수중에 잡혀 있는 11세 동생을 생각하며 "IS가 예쁜 동생을 풀어주는 대가로 2천500∼3만 5천 달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야지디족의 해방을 위해 나선 쿠르드자치정부가 IS에 잡힌 여성의 몸값을 대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야지디족 여성은 지하 인권 조직의 도움을 받거나 동정심을 느낀 IS 대원 또는 대원 부인의 지원으로 IS에서 벗어난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NBC 방송에 실상을 전한 아빈 역시 그를 불쌍하게 여긴 IS 대원 부인의 도움으로 마침내 자유를 찾았다. 아빈은 완전한 자유를 얻기까지 IS 점거지 내에서 최소 6차례나 안가를 옮겨다니며 신변을 보호해왔다고 밝혔다.

몸에 선명하게 남은 상처는 물론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탈출 야지디족 여성은 가족의 품에 돌아와도 보수적인 부족 분위기 탓에 삼중고를 겪는다.

부족 내 최고 종교지도자가 IS에 억류됐다가 돌아온 여성을 가족과 공동체가 품어야 한다는 포고령을 내렸음에도 부족원 대부분이 여전히 성폭행당한 여성에게 오명을 씌우고 그들을 꺼리기 때문이다.

IS에 4개월간 억류됐다가 돌아온 림(16)이라는 소녀가 반려자인 바르잔(22)을 만나 결혼에 성공했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NBC 방송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