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의 화장실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에서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방문객이 야스쿠니 신사의 '하이덴'(拜殿) 앞에서 평소와 별 다름없이 참배하고 있다. 2015.11.23

(연합뉴스=이세원 특파원) 태평양 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경내에서 23일 폭발음과 더불어 불에 탄 물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화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보해 폭발음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파리 연쇄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열도에서도 테러에 대한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교도통신, NHK,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서 폭발음이 한 차례 발생했고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도쿄 소방청에 접수됐다.

경찰은 폭발음이 발생한 신사 남문(南門) 근처 남성용 화장실을 조사한 결과 개인 용변실 바닥에서는 시한(時限)식 발화 장치로 보이는 타이머와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전지 케이스, 건전지 여러 개가 흩어져 있었다.

애초에는 천장과 벽 등이 일부 불탄 것으로 전해졌으나 확인 결과 여기에는 불탄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흔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천정에서 가로·세로 약 30㎝ 크기의 구멍도 확인됐다.

이 구멍은 폭발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뚫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쪽에서는 길이 약 20㎝, 지름 약 3㎝ 크기에 전선(리드선)이 달린 금속 파이프형 물체 4개가 발견됐다.

▲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야스쿠니(靖國)신사의 화장실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이 야스쿠니신사 남문 입구에 설치된 통제선을 넘어가고 있다

경시청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에 현장에 남아 있는 물체를 수거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발화장치 추정 물체가 과거에 과격파가 사용한 것과는 구조가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장실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는 사건 직전에 종이봉투 같은 것을 든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으며 경찰은 사건과 이 남성을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이날 사건으로 부상자 등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소방차와 경찰차 등이 대거 출동하면서 현장에 있던 방문자들이 한때 불안에 휩싸였다.

이날은 일본 공휴일(근로감사의 날)인데다 오전 10시부터 야스쿠니 신사에서 추수 감사제 격인 '니이나메사이(新嘗祭)'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신사를 방문 중이었다.

신사 측은 폭발음이 들리고 나서도 예정대로 제사를 진행했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는 '시치고산(七五三) 참배' 접수는 중단했다.

경찰은 인근 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전국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오후 야스쿠니 신사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신사 직원은 문제의 화장실과 수십 m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교통사고가 났을 때처럼 '퍽' 하는 소리가 한 차례 들렸다"고 설명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서 야스쿠니 경내는 정상적으로 참배가 이뤄지는 등 평정을 되찾았다.

효고(兵庫)현에 사는 중년 남성은 "도쿄에 올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데 (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폭발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 6천여 명이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작년 12월 31일 25세 일본인 남성이 경내 진레이샤(鎭靈社)에 방화를 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1년 12월 26일에는 중국인 류창(劉强)이 야스쿠니 신사의 문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 홍보 담당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껏 방화 사건은 있었지만 폭발 사건은 내가 아는 한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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