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기헌 기자)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미국 등 서방 정부의 감시를 피하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의 보안등급을 매겨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테러감시단체인 시테(SITE)를 인용, IS가 추종자들이 정부 감시를 피해 소통할 수 있도록 SNS 메신저의 보안등급을 자체 분류했다고 보도했다. 시테에 따르면 IS는 정부의 감청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암호화 수준 등을 기준으로 메신저를 '가장 안전', '안전', '보통', '불안전' 등 4개 등급으로 나눴다.

IS가 '가장 안전' 등급을 준 메신저는 사일런트서클, 레드폰, OS텔, 챗시큐어, 시그널이었다. 텔레그램, 위크르, 쓰리마, 슈어폿은 '안전' 등급으로, 커버미, BBM,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행아웃츠, 페이스북 메신저는 '보통' 등급으로 각각 분류했다. 국내 SNS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과 라인은 '불안전' 등급으로 판단했다. 이밖에 바이버, 왓츠앱, 탱고, 오오부, 챗온, 위챗, 님버즈, 하이크도 역시 불안전 등급에 포함됐다.

IS는 수뇌부 산하에 기술 지식 조직을 설립해 추종자들이 더 안전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이런 분류등급이 담긴 지침서를 발간, 지난 1월 유통했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파리 동시다발 테러 용의자 중 2명은 교도소에서 서로 알게 된 사이지만 이들이 단체로 어떻게 테러를 모의하고 조율했는지 등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테러 용의자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등 통신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WSJ는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테러 수단으로 악용되는 메신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당국과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게임 및 정보기술(IT) 업체 간의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최근 CBS 방송에 출연, "암호화된 소통 능력을 갖춘 테러리스트들이 능력은 매우 중대한 문제"라면서 "파리 테러 이후 안보와 사생활 보호 간의 새로운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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