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동창 오현이 녀석한테 연락이 왔어. 막네 누나인 지현이 누나랑 영화를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자고. 간만에 지현이 누나도 볼 겸해서 그러자고 했지. 주말이라 영화관이 복잡할 것 같은데 뭘 볼지도 정해 놓지 않고 무작정 극장가자고 한건 크크크... 누나를 보겠다는 집념이 더 강 했던 거지.

007신작도 나왔고, 강동원 나오는 검은 사제들을 봐도 괜찮고... 뭔들 어떻겠어. 일단 시간 맞춰 약속된 장소로 나갔지. 역시~ 오현이 옆에 자체 발광하는 앨프녀(elf. 북유럽 신화에 기원을 두고 있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상상의 존재이지만 우리들 세계에서는 주로 요정처럼 예쁜 여자사람을 말함) 지현이 누나가 오셨더라고.

▲ 리니지 II 엘프(요정) 피규어

오현이 녀석이 미리 좌석을 끊어 놨으니 팝콘과 나쵸는 내가 사야할 몫이지. 지현이 누나를 위해선 화이트베리든 고메팝콘이든 뭐든 준비됐어요~!

일단~ 오현이 녀석에게서 세장의 티켓을 모두 넘겨받은 뒤~ 가운데 자리번호 하나를 빼들곤 나머지 표를 다시 녀석에게 건네줬지. 하핫.

두 시간의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알듯 모를듯한 누나의 향수냄새를 맡으며 두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 거지. 영화내용은 잘 모르겠어. 그냥 엘프녀의 향수에 취해~ 팝콘에 콜라한잔 마신기억 밖에 없네.ㅋ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우리 셋은 닭발집에 갔어. 그닥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누나가 닭발을 먹고싶다고 하시니~ 그저 없던 식욕까지 끌어 올리며 ‘맛있겠다’를 연실 외쳐야 했어. 닭발집엔 꼬마주먹밥이 보조메뉴로 나오니까 그것이라도 실컷 먹어야겠다는 심산으로 갔지. 이번엔 자리 위치가 좀 달라졌어. 영화관에선 누나가 내 옆에 앉았지만, 이 곳에선 누나랑 마주보며 앉아야했거든. 뭐 어쨌든.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누나 앞에서 이것저것 끼워 입은 내 모습을 보이기엔 내 비주얼이 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가볍게 니트 하나만 입었지. 지난주에 새로 산 니트인데 오늘 딱 두 번째 입고 나온거야. 마침 누나도 내 옷에 관심을 가져 주시더군.

“오~ 이쁜데? 잘 어울린다 얘”

하핫... ‘엘프녀의 칭찬엔 고래도 춤춘다’는 맡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누나~ 맘에 드시면 빌려드릴께요. 저 한텐 타이트 한거같은데 누나한테는 살짝 박스 느낌으로 입어도 될듯 해요” 이렇게 그냥 해본소린데....

“진짜? 그럼 한번 입어 봐야겠네~” 헐... 누나가 받아주더라고~ 당장에 벗어서 드리고는 싶으나 여벌의 옷을 준비해 오지 못한 고로~ 여기서 급 스트립~ 할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에~

엘프녀~ 지현누나랑 영화도 보고 콜라겐 뭉치덩어리라 불리는 닭발도 먹고. 해피하게 주말을 보내게 됐지. 그 다음 날, 입었던 니트를 세탁소에 드라이 크리닝 맡기고... 이틀 후에 찾아와서는 오현이 녀석 집으로 고고씽~

녀석을 만나서 누나에게 전해주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녀석 만나러 가는 핑계를 만들어서 누나에게 니트를 전달하려는 나의 미분학적 수학의 계산공식~

친구집에 도착하자마자, 오현이 녀석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지현이 누나한테 달려갔지. 과감하게 말이지... ㅋㅋ

“누나~ 지난 주말에 말씀하셨던 제 니트요. 이거 드라이 맡겼다가 찾았거든요. 누나 빌려드리려고요” 걍~드리는 것도 아니고 빌려드린다고 했으니... 좀 황당하셨을 것 같아서 “입어 보시고요. 맘에 드시면 누나 드릴께요...” 라고 덧붙였지. 조금 시차를 두고 말 한거라... 내가 아끼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전하려고. 눈치 채셨을까? (적분과 미분을 넘나드는 수리학적 인간의 한계치~)

니트를 전해 드리고 난 뒤, 오현이 녀석과 롤~(온라인게임) 한 바퀴 돌리고~ 너구리 한 마리 끓여 먹으려 부엌으로 나오는 순간. 누나도 방에서 나오셨어... 욜~! 내가 빌려드린 니트를 입고 말이야~

근데..... 생각보다 그 니트가 엘프녀에겐 어울리지 않는 거 같더라고. 큰 듯 하기도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작은 듯(?) 하기도 하고 ^^;;;; 조금 뭔가... 음 생각만큼 바디핏이 살지 않는 거 같더라고. 냉정하게 한마디 건넸지. “누나... 생각보다 어울리지 않는거 같네요. 죄송요~” 누나는 피식~ 한번 웃고는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 다시 벗어 주셨어. “담에 제가 예쁜 걸로 사드릴께요. 아무래도 이 옷은 남자꺼라 여자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요”

▲ 사진 속 인물은 나의 엘프녀가 아님~ 니트는 매우 비슷함 ⓒ인터넷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런 생각없이 니트를 개어 수납장에 넣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문득 어딘가 좀 어색한 옷매무새가 느껴지는 거야.... 헐... 가슴 부위가 살짝 늘어났네? ^^;;;; 초난감... 그냥 툴툴 털어서 개어 넣으면 될 것을. 뭘 그리 유심히 살폈는지.... 그냥 자욱 같은 거 일수도 있는데, 짱구 머리에 온통 초난감, 초긴장, 초조, 땀삐질... 짧은 찰나의 순간에 별별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더군.

그 후론 그 니트는 영구적으로 세탁한번 안했고....
(지금 이순간보다 더 정결할순 없어)

그 후론 그 니트는 영구적으로 더 이상 입지 않았고....
(이제 이 옷은 입는 옷이 아니란다)

그 후론 그 니트는 엘프녀의 분신이 된 거지....
(오~ 나의 여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운이었지. 마치...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마지막 팩터가 250단위(혈우병 A 치료제 중 가장 작은 단위) 인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3000단위(혈우병A 치료제 중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단위)인 느낌이랄까?

기분 완전 급상승. 몸 속 팩터 수치가 100%에 달하며~ 중대한 수술을 하더라도 추가 팩터 투입이 필요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그 느낌... 아마 이런 느낌은 혈우병 환우가 아니면 모를꺼야.... 하핫...

◇ 국내 최초 최고용량 진타 솔로퓨즈 3000 IU

혈우병 환자들이 일반적이 출혈이 있을 경우, 몸무게 계산법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용량의 치료제를 투여하게 돼잖어. 몸무게에 맞춰 계산하면 대략 한 병 내지 두 병 정도의 치료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가끔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거든.

▲ 녹십자 그린진 에프 ⓒ코헴회

국내에는 250 500 1000 2000 단위의 치료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환자 몸무게가 1750 단위를 맞아야 하는 경우, 그 환자는 1000단위 약품을 투여하고 500단위 약품을 투여한 뒤에 또 다시 250단위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 한 병으로 만들어진 2000단위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면... 조금 초과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보험급여 삭감이라는 어마무시한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지. 이렇게 평가원의 ‘내 맘데로 식’ 심사기준에 따라 환자도 힘들고 병원도 힘들어지는 거야.

▲ 박스앨타 애드베이트 ⓒ코헴회

더욱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환우나 수술을 요하는 경우 더 번거롭게 되거든. 저용량 주사제를 여러 병 맞아야 하기 때문이지. 녹십자의 그린진F는 용량단위가 가장 심플해 500단위 1000단위 딱 두 가지이기 때문에 약품에 맞춰 환자가 사용해야 해. 환자 맞춤형 치료제가 아니라 치료제에 맞춤형 환자가 되어야 해~ Yes! I can do it (그래 난 할 수 있어! ㅋ)  오호! 그런데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는 제품 단위가 상당히 다양하거든. 250 375 500 750 1000 1500 1700 2000 2500 3000 4000 단위가 있어. 허벌나게 다양하지? 글로벌 회사답게 버라이어티하게 준비된 용량단위로 환자에게 알맞은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거지. 아주 좋은 회사야~

▲ ADVATE and the diluent come prepackaged in the BAXJECT III reconstitution system.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글로벌 회사답게 글로벌에서만 이렇게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지. 즉, 국내에는 250 500 1000 이렇게 세가지 단위만 출시되어 있어. 그래도 녹십자보다는 한 단위가 많긴 해. 그런데 녹십자도 그린진F의 1000 단위를 곧 출시한다고 하거든. 그러면 과연 박스앨타가 어떤 행보를 보일까? 돌아다니는 이야기에 따르면, 박스앨타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단위 더 높은 치료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녹십자보다는 한 단위 치료제를 더 보유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더라고~ (근데 갑작스럽게 개그콘서트가 생각나나 모르겠네? 도찐개찐~ 도찐개찐~)

▲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 3000 ⓒHL

이같은 상황에서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는 덜커덕 3000 단위의 고용량을 내 논거야. (헉~ 왜 그런거야? ㅠㅠ 자꾸 이러니까 혈우재단에 약품 못들어가는거 아냐? 다른 약품들이 쫄리잖어!)  따라서 화이자의 진타 시리즈는 250 500 1000 2000에 이어 3000까지 출시된 거지. 화이자는 2000 단위도 국내 최초로 환자들에게 제공했거든. 단위가 다양하다는 건 환자들에게 투여하게 되는 치료제 갯수를 줄여준다는 거잖아. 그러니 편의성이 더욱 확대된 거지. 이 회사는 ‘솔로퓨즈’라는 브랜드를 내 놓으면서 약품과 증류수를 혼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시켰잖아. 이같은 고용량 치료제와 디바이스(부속) 방식은 환자들이 수술이나 과다 출혈로 인한 응급상황 발생시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수도 있을 만큼 큰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지. (쬐끔 오버? 오키 인정....ㅋ)

▲ 김효철 원장님

언론에 보니까 국내외 혈우병의 권위자 김효철 원장님(김효철내과의원장·아주의대 명예교수)은 “수술 시에는 시작 전 응고인자 수준을 지혈에 필요한 수준으로 올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응급 상황에서 고용량 응고인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더라고.

한국코헴회 전 사무국장 엉아도 고단위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더라고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몸무게당 25내지 30단위로 처방(1회분 처방기준)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예방 차원정도”라며 “관절 출혈이 심할 때에는 1키로그램당 40~50 단위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더라고. 그리고는 “발치를 한다고 해도 60%수준이상을 투여해야 하고 수술을 받을 때에는 100%까지 팩터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했어.

그 엉아의 말은 식약처에서 인정한 각 약품별 투여량과 같더라고. 치료제 허가기준에 따르면 “통증과 급성 기능장애가 해소될 때까지 3~4일 또는 그 이상, 매 12시간에서 24시간마다 정맥 주입을 반복한다.”라고 되어 있고, 심각한 출혈일 경우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정맥 주입을 매 8시간에서 24시간 마다 반복한다.”라고 써 있더라.

특히 수술을 할 경우 “수술 전후 80~100”를 유지하고, 수술 후에도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매 8~24시간 마다 정맥 주입하고, 그 후로는 적어도 추가 7일 동안 제 8 인자 활성을 30~60%(IU/dL)로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를 계속한다”고 해.

이렇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단위 치료제가 환자나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 환자에게 3000단위의 치료제 1병을 투여하는 것과 250단위의 치료제 12병 투여하는 것은 치료결과에 많은 차이가 있을 꺼야. 그래서 고단위 또는 단위의 다양화는 환자의 개인별 맞춤 치료에 알맞은 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또 다른 시각이 있긴 해. 일각에서는 다양한 치료제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업 경제적 논리로 풀어 보던데, 혈우병 한 환우는 “외국에서 치료제를 수입하게 될 때 국내 식약처로부터 국검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식약처에 제공해야 할 치료제가 수억대에 이른다”며 “따라서 회사에서는 다양한 용량이 개발되어 있어도 국검을 받는 손실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박스앨타의 애드베이트가 이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치료제를 국내 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건 머 어쨌건 그의 생각일테니까. 근데 알아보니까 국검용으로 제공해야 할 약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들어 올때마다 용량별 로트별로 수십병씩 검사를 해야 한다더라고. 엄청 아까움~ 미국 FDA에서 검사받고 가져온 걸~ 우리 KFDA에서 검사를 또 하는 건데... 수억이나 사라지다니....허걱! (심평원이여 식약처를 조사하라~! 이런거나 삭감하던지 하지)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너무 진지해졌어.... ㅠㅠ

여하간 어쨌든 아무튼 간에~ 난 엘프 그녀의 니트를 잘 보관 중이야. 히릿~!

-돌아온 짱구

※ 돌아온 짱구 소개

저는 혈우병(혈우병A, 중증)을 가진 청년입니다. 혈우 후배와 친구들에게 치료 경험을 소개하여 건강한 혈우사회를 이룩하고자 매주1회 정도 기고하려고 합니다. 서술한 내용은 실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의료적인 부분은 혈우병 전문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별 특성 및 치료방법, 생각 등이 다를 수 있기에 의료자문은 자신의 치료병원에서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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