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장에서 손을 맞잡고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이봉석 차지연 기자)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북한의 향후 대외 행보가 '강경'과 '도발'보다는 '평화'와 '대화' 국면으로 무게추가 이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개선을 위해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화답한 것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로 대응할 경우 북한이 추가로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2일 "이번 류윈산 파견에 앞서 북중간 물밑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혈맹관계 복원에 대한 '선물'을 줬고 북한은 중국에 군사적 도발 잠정 중단 등으로 화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조만간 북중간 고위급 왕래가 복원되고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내년 상반기 김정은의 방중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최룡해 당 비서는 류윈산 상무위원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안정과 관련돼 있다며 남북이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남북대화와 긴장 완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중국이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파견한 것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를 맞아 열병식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미뤄 북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향후 북한의 대외행보도 냉풍보다는 훈풍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둔 지난 7일 미국에 한반도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한 것도 북한의 향후 대외행보 기조가 변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전반적으로 이번 당 창건 기념일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차단해 온 기존의 태도를 바꾸고 북중관계 복원 등을 지렛대 삼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국면에서 벗어나 평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북한이 핵에 매달렸던 시절과는 다른 유동적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나 제4차 핵실험도 일단 보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와 관련된 뚜렷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당 창건일 이후 아무 때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지금은 '안갯속'이다.

양무진 교수는 "북중간 접촉 내용 등을 봤을 때 중국이 앞으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탐색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 국면 전환의 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디딤돌이 만들어졌으며 북한은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남북관계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8·25 합의'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 등이 진행되면서 남북관계도 긴장완화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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