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탈환작전 벌이는 일본 육상자위대 (노던 테리토리<호주> 교도=연합뉴스.자료사진) 7월 11일 호주 북부의 준주(準州)인 노던 테리토리의 포크베이 지역 해안에서 미군과 호주군의 연합군사훈련에 처음 참가한 일본 육상자위대원이 섬 탈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이세원 특파원)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안보법률 제·개정이 완료됨에 따라 2차대전 패전 이후 자위 차원의 실력만 행사할 수 있었던 일본에도 해외 무력행사의 길이 열리게 됐다.

단적으로 말하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이 된 것이다.

◇일본 존립위기시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 

제·개정된 11개 법률 중 무력공격사태법은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베 내각이 작년 7월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용인키로 한 집단 자위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또 한반도 유사시의 미군 후방지원을 상정한 현행 주변사태법을 대체한 중요영향사태법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 발생 시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위대의 후방지원 대상도 미군에서,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으로 확대되고, 후방지원 활동지역도 '일본 주변'에서 전세계로 넓어졌다.  

또 국제평화지원법이 새로 생기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에 대응하는 외국 군대를 자위대가 후방지원할 때 매번 특별조치법을 만들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리고 평시와 무력충돌 상황의 중간 단계인 '회색지대 사태'시 일본 방어를 위해 활동하는 미군 등 외국 군대를 자위대가 무기를 써가며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입법의 논쟁거리는 한국 및 동북아 안보에 미칠 영향과 일본 국내의 문제로 나뉜다.  

우선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패전국'으로서 평화헌법이라는 특수 체제를 택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는 '중대 일보(一步)'를 내 디뎠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흔드는 요인이다.  

중국의 대두에 미·일 동맹 강화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중국 대(對) 미·일의 대립구도는 더욱 선명해졌고, 군비경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하는 중국과 한미일 공조로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대미 후방지원 내용이 확대됨으로써 그것이 평시 대북 억지력 증강과 한반도 유사시 대응 역량 제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안보법안 통과시) 법률상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밀접한 관계국에 한국은 배제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법의 위헌성이 가장 큰 문제다.

우방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 행사를 법으로 보장한 것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 '교전권 부정' 등을 담은 헌법 9조 하의 '전수(專守) 방위(상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에 배치되는 위헌이라는 지적이 법안 심의 과정에서 거세게 제기됐다.

지난 6월 4일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여당 측 참고인인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 등 헌법학자 3명 전원이 법안을 위헌이라고 지적한 뒤 전직 최고재판소 장관(한국의 대법원장)과 전직 판사들, 전직 내각 법제국 장관, 대다수의 헌법학자 등이 잇달아 위헌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일부 헌법학자는 이번에 개정된 법이 위헌임을 토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법 정비 과정에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에만 집단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한다는 아베 정권의 설명도 '고무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라크전쟁과 같은 미국 주도의 전쟁에 말려들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권의 설명이지만 집단 자위권 행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결국 당대 총리에게 있다는 점에서 설명은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게 중평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이 미국의 핵미사일을 운반하는 상황도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의 8월 5일 국회 발언이 '고무줄 논란'의 대표적 사례였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 진입할 경우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영역국가 동의' 규정은 타국군 후방지원 활동을 다루는 중요영향사태법과 국제평화지원법에 들어간 반면 집단 자위권 관련법인 무력공격사태법에는 들어가지 않은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아베 정권 '평화헌법'도 손대나 

안보법제 정비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보통국가화' 구상의 첫 단계다.

아베 총리의 다음 목표는 헌법 9조 개정이며 이는 일본이 패전국의 멍에를 완전히 벗고 군대를 보유한 국가로 탈바꿈하는 열쇠다. 

집권 자민당은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 '점령군이 아닌 일본인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유포하며 끊임없이 개헌을 시사했고 아베 총리 본인도 개헌이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가 있어서 이번에는 명목상으로라도 집단자위권의 한정적 행사라는 형태로 법률이 정비됐다.

헌법 9조를 수정은 이번에 안보법제 정비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위헌 논란을 없애는 카드이기도 하며 일본은 명실상부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결정적 작업이다.

아베 정권은 두 차례 이상의 단계적 개헌을 거쳐 헌법 9조를 수정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일단 내년 참의원 선거 결과가 이런 아베 정권의 구상이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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