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 확정됐다. 판결 직후 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霞が關)의 사법기자클럽에서 원폭 피해자를 지원해 온 단체와 담당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장에 배치된 액자에는 왼쪽에서부터 원폭 피해자인 이홍현(69) 씨, 강점경(2010년 7월 별세) 씨, 이근목(2011년 7월 별세)의 모습이 보인다. 이 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세상을 떠났다고 강씨는 사후에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이세원 특파원)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제3부(오카베 기요코<岡部喜代子> 재판장)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69) 씨 등이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오사카부(大阪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8일 확정했다.

최고재판소는 "재외 피폭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재외 피폭자에게) 의료비가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反)하는 것"이라며 피고인 오사카부의 상고를 판사 5명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 재판장인 오카베 기요코 최고재판소 판사.(한국의 대법관에 해당)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판결은 일본 외 국가에 사는 원폭 피해자(재외 피폭자)에게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에 따라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첫 확정 판결이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이번 판결에 입각, 4천 200여명으로 추정되는 재외 피폭자들을 피폭자 원호법에 따른 의료비 전액 지급 대상으로 규정할 방침을 굳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약 18만 엔이던 재외 피폭자 의료비 연간 한도를 2014년도부터 약 30만 엔으로 올린 바 있다.

또 현재 계류 증인 비슷한 소송에도 최고재판소 판결이 영향을 줄 전망이다.

피폭자원호법은 원폭 피해자의 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분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폭자가 일본 아닌 거주지에서 치료를 받으면 이를 원호법에 따른 의료비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상한선 이내에서 의료비를 지원했다.

이씨와 다른 한국인 피해자 유족 2명은 이에 반발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오사카부를 상대로 2011년 6월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피폭자원호법은 일본 내에 사는 것을 의료비 지급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재외 피폭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약 4천280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거주자는 약 3천 명이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