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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난민 숨진채 발견된 해변엔…아이들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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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8  03: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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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조화…해변 숲엔 고무보트 설명서·구명조끼 나뒹굴어

(연합뉴스=김준억 기자)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3)가 숨진 채 발견된 터키 보드룸의 아크야르라르 해수욕장엔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물에 뜰 수 있는 아무런 도구도 없이 밤바다에 빠져 숨져 해안으로 밀려온 아일란이 세상을 떠난 지 나흘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이 해수욕장은 부모들과 함께 물놀이하러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아일란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터키 꼬마들은 튜브를 끼고 엄마 손을 잡고서 물놀이를 즐겼고, 구명조끼를 입고 아빠와 함께 수영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아일란이 숨진 채 발견된 보드룸의 한 해수욕장(보드룸<터키>=연합뉴스)

물에서 나온 한 소녀는 "안네"(엄마의 터키어)라고 소리치며 파라솔 아래서 기다리던 엄마 품으로 달려가 비치타월로 바닷물을 닦았다.

보드룸 항에서 20㎞ 정도 떨어진 이 작은 해수욕장의 작은 바위에는 붉고 흰 꽃 서른 송이로 만든 조화가 놓여 있었다.

"편안히 잠들어라, 아일란 아가야"라고 터키어로 쓴 띠를 두른 이 조화는 한 현지 언론사에서 보낸 것이다.

이 조화는 아일란이 발견된 바로 그곳이 아닌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놓였다. 해수욕장의 관광객 누구로부터도 시선을 받지 못한 조화는 아일란 가족이 가려던 그리스 코스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안히 잠들거라 아일란 아가야"(보드룸<터키>=연합뉴스)

해안도로에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치안군(잔다르마)이 쳐 놓은 출입금지 띠는 끊어져 있었고, 이 띠 바로 건너 나무 그늘엔 주말을 맞아 소풍을 나온 가족이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터키 치안군이 쳐 놓은 출입금지 띠(보드룸<터키>=연합뉴스)

이 해변에서 5㎞도 안 되는 코스 섬은 바로 눈앞에 우뚝 솟아 있었고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해 금세라도 건너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해변 도로에 붙은 작은 숲 속엔 난민들이 코스 섬으로 가려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고무보트 설명서와 빈 가방, 공기펌프 박스, 바람이 빠진 구명조끼, 생수병 등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난민들은 터키 경찰과 치안군의 단속을 피하려고 이 숲에 숨어서 유명 물놀이 용품 브랜드인 인텍스 사의 고무보트에 바람을 넣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변 숲에 버려진 고무보트 설명서 등(보드룸<터키>=연합뉴스)

이 숲은 아일란을 처음 발견한 청년이 일하는 호텔 입구에 있었다. 숲 전경 사진을 찍으려 하자 한 호텔직원이 나와 터키어로 "왜 사진을 찍냐"고 소리쳤다. 아일란을 발견한 직원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을 건네자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며 빨리 가라는 손짓만 돌아왔다.

고급 리조트처럼 보인 이 호텔에서 해변으로 가던 한 외국인에 아일란을 아느냐고 물어보자 "난 여기 휴가를 즐기러 왔다"며 역시 인터뷰를 사절했다.

아크야르라르에서 보드룸 항으로 택시를 타고 가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자 길가의 시리아 난민 어린이가 "수리예"(터키어로 시리아)라며 손을 내밀었다.

택시기사 무스타파 오스만오울루 씨는 구걸하는 어린 애들이 많아서 매번 동전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드룸 시외버스정류장 주변에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난민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정류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보드룸 항에는 5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높은 돛을 단 호화 요트들이 즐비했다.

대형 페리선을 개조한 선상 나이트클럽에선 자정이 넘도록 화려한 조명을 밤하늘에 쏘았고 음악을 크게 틀었다. 관광객들이 배 위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동안 전쟁터를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십수명을 태운 5인승 고무보트는 그리스 섬들로 향하고 있었다.

보드룸 항 전경(보드룸<터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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