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2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태완이 법’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경찰청은 지난 달 24일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에 따른 미제사건 수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현행 50명에서 72명으로 늘리고 형사과 강력계 산하에 정식 편성한다.

또한, '1단계(수사본부 1년 간 집중수사)-2단계(관할서 전담반 1년부터 5년까지 수사)-3단계(미제전담팀 5년 이상 수사)'의 수사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경찰서와 지방청 간 비직계 제였던 기존 장기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후 1년간은 수사본부를 꾸려 광역수사대, 과학수사팀 등 분야별 전문수사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범인의 조기 검거에 나선다. 

1년이 지나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본부는 해체되고 경찰서 전담반이 수사를 맡는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나면 미제전담팀이 아예 관할 경찰서의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넘겨받아 계속 수사를 하기로 했다. 

수사가 10년간 이어지면 장기미제 살인사건 지정심사위원회로 넘겨진다. 그러면, 추가 단서나 목격자가 나오지 않아 수사가 어려울 경우 퇴직 수사관, 법의학자 등이 속한 장기미제 살인사건 지정심사위원회가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수사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찰은 장기미제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사활동을 중지하고 사건 기록·증거물 관리·분석에 주력한다. 단 관련 증거나 첩보, 목격자 등 중요한 단서가 발견되면 언제든 수사를 재개한다.

특히,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는 장기 수사를 위해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으며 강력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형사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태완이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2000년 8월 1일 오전 0시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적용 대상을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 중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만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1999년도에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은 태완이법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지만, 법의 이름으로 남아 또다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따라 각 지방청의 수사대상이 되는 미제 살인사건은 총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 지방청에 따르면, ▦경기 45건 ▦인천 7건 ▦부산 26건 ▦경남 10건 ▦전북 11건 ▦전남 18건 ▦대전 6건 ▦강원 15건 ▦제주 3건 등이다. 그 외 지방청은 미제사건 현황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는 2003년 11월 경기 포천 여중생 엄모(당시 14세)양 살인사건, 2004년 9월 대구 요구르트 독극물 투입 사건, 2004년 10월 경기 화성 여대생 노모(당시 21세)씨 실종 사건, 2008년 5월 대구 초등학생 허모(당시 11세)양 납치·살인사건, 2009년 2월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 사건 등이 있다.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은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의 주된 효과로는 범죄 억제력이 꼽았다.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언젠가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살인을 쉽게 저지를 수 없도록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는 심리적인 지지와 보상이 될 수 있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는 범죄 동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011년에는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간, 준강간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2013년에는 강간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다른 나라도 살인죄와 같은 중대 범죄에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를 제외하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다. 영국은 경범죄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할 뿐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2010년 살인과 강도살인 등 중대범죄 12개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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