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MBC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 고영주) 이사가 경영전반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사장의 사상 검증을 유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달 27일 방문진 이사들은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MBC 소유 구조, 재무 상태, 방문진 권한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정보를 방문진 사무처로부터 보고 받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날 사무처 보고 후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MBC 구성원들이 이사장 과거 경력을 보고 ‘이념의 편향성이 두드러지지 않느냐’고 우려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MBC를 관리감독하는 이사회의 회의 자리가 이사장의 ‘사상검증’ 심판대로 전락한 순간이다. 방문진 업무보고라는 공적자리에서 사적 자리에서도 부적절한 개인의 정치관과 이념성향을 해명하게 한 셈이기 때문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공안 검사 출신으로, 이사 선임 전부터 야권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을 꼬투리 잡아왔다. 하지만, 여야 이사들의 개인적 시각차이나 성향의 문제를 방문진 공식 업무 보고 자리인 이사회를 통해 문제화 한 것을 놓고 적합한 행동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야당 측 이사의 이 같은 비상식적인 언행에도, 여당 추천 이사들을 포함해 다른 이사들이 유기철 이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편, 야당측 이사 3인 중 유기철 이사가 이 같은 질문을 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언련 출신 이완기 이사와 재임에 성공한 최강욱 이사는 범야권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방문진 이사 자리를 꿰찼다. 반면, 유 이사는 MBC 기자로 입사해 대전 MBC 사장을 역임했으나, 최근까지 MBC NET 사장으로서 지역특산물을 소개하는 쇼핑몰 홍보 등의 활동을 해오며 상대적으로 다른 이사들과 달리 정파적 선명성을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유기철 이사가 야당 측 이사로서의 방문진 이사진에 합류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고영주 이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걸고 넘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미디어전문을 다루는 한 기자는 "방문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사장의 이념을 해명하라는 유기철 이사의 언행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비상식적이다. 또 그런 사상검증 질문에 꼬박꼬박 해명한 고영주 이사장이 너무 순진한 모습을 보였다. 방문진 업무보고 자리를 유기철 이사가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언론플레이의 기회로 이용한 느낌"이라며 "여당 이사를 포함해 다른 방문진 이사들이 유기철 이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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