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이 달부터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 서류접수가 시작된다.

이들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확 바뀐 채용전형으로 인해 관행대로 입사시험을 준비해 오던 취업준비생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 전형을 파격적으로 바꾼 이유는 학점 영어점수 어학연수 인턴경험 등 소위 ‘스펙’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했다가 실패한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인재채용 우선 기준은 ‘인성’이다. 여기에 사고력과 통찰력까지 겸비하고 반짝이는 창의력까지 갖췄다면 더 바랄나위없는 '인재'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

 

올해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의 대세는 글쓰기, 즉 '에세이'다. 직무 적합성,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이름으로 자신과 직무 적합성을 소개하는 글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오는 7일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접수를 시작하는 삼성은 서류전형에 해당하는 ‘직무적합성 검사’를 도입했다. 과거엔 응시생 전원에게 SSAT란 필기시험 기회를 줬으나 올해부턴 직무적합성 평가에 통과해야 필기시험을 치룰 자격을 얻는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에세이'를 통해 이뤄진다.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이 있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를 기술해야 한다. 스펙이나 자격증, 학점 등은 고려하지 않고 에세이를 잘 써야 직무적합성에 통과할 수 있다. '장황하게 쓰기 보단 간단 명료하게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자기소개서를 집중적으로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자기소개서에는 개인의 가치관과 회사 지원 동기를 담아야 한다. 현대차는 "자기소개서엔 정답이 없고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도 좋다며 "현대차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선택 직무에 적합한 이유 등을 간단 명료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 에세이를 쓰는 시험도 치러야 한다. 과거 현대차는 입사 지원자들에게 Δ'한국의 위인 가운데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그 인물을 재조명하라' Δ'몽골 로마 제국의 성장 요인과 글로벌 기업 현대차의 지속성장 방안을 서술하라' 등의 문제를 출제했다. 현대차는 역사 에세이를 준비하는 준비생들을 위해 읽을만한 책도 블로그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물론 그 책에서 문제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이와 함께, 올해 면접에서 정장을 입지 말 것을 권고했다. 공식적으로는 복장에 따른 불이익은 없지만, 파격적인 옷차림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정장차림이 오히려 고민의 여지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SK는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응시원서에 사진 부착란을 없앴다.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국어 성적이나 해외경험, 인턴경력 등을 기재하는 란도 없다. 소위, 스펙 경쟁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으며, 학력과 전공, 학점만 기재하면 된다.

LG도 지난해부터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 입력란을 없앴다. 단, 공인어학성적 및 자격증은 해당 역량이 필요한 직무 지원자에 한해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주요 사안들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검증받는다.

LG도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평소 한국사와 한자에 대해 보다 폭넓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입사 전형으로 취준생들의 스펙 쌓기 열풍은 줄어들 수 있으나, 취업의 문이 넓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자기소개서 등 에세이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학원도 성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없는 경험을 가공해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거나 건당 20만~30만원을 받고 컨설팅 해주는 사설업체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면접관 대부분이 면접 3 분전에 자기소개서 본다. 그래도 읽어 본 시늉은 한다고 자기 소개 하라고 시켜놓고 그 시간에 대충 살펴보고 질문을 하지. 즉 스펙이 안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말이지” “취준생을 소설가로 만들셈이냐? 다들 신춘문예 데뷔시킬려고” “더 변별력있는걸 가져오라는거잖아. 도데체 뭘 얼마나 원하는건데...기본 스펙도 힘든데” 처럼 ‘자기소개서’를 대하는 면접관들의 태도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채용담당하시는 486은 입사하실때 스펙이 어떠셨는지?” “486세대 경제호황기때 꿀 다 빨아먹고 현실의 청년들만 불쌍하다” “그시대 취업문턱이 그만큼 낮았는데 지금 20대한테 노력운운하는게 모순” 과 같이, 취업과 관련한 세대간 갈등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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