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소식통에 따르면 극심한 식량부족에 직면한 김정일이 전 주민들을 상대로 군량미 헌납을 강력히 호소하고 나섰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 10일 “선군시대 영웅인민의 본분을 자각하고 인민군 원호운동에 양심적으로 참가하자!”라는 중앙당 지시문을 각 공장 , 기업소, 인민 반들에 포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량미는 감자를 제외한 모든 곡종이 포함되며 형식상 자원적인 원칙에서 양심적으로 바치라고 하지만 개인별, 조직별 총화를 거듭하며 통계를 장악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적 약탈이라고 한다.
 
지시문에서 ‘지금 우리 군인들이 식량이 부족해 혹한 속에서 통 강냉이 죽을 먹으며 초소를 지키고 있다’며 군부 내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는 일 푼의 허용도 없는 김정일이 화폐개혁의 강도행위와 각종 혁명 사적지 건설 지원사업과 수도건설 지원에 이어 이번에는 군량미를 구실로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 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인민들에게 김정일의 위신을 저락 시키는 자립자족(自立自足)의 기반은 절대 허용할 수 없고 모든 권력을 틀어 쥔 김정일이 아무것도 주지 않은 인민들을 향해 구걸하는 모양은 ‘벼룩이 등을 쳐 간을 빼먹는다.’의 속담이 실감나게 한다.
 
앞에서는 당장에 강성대국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뒤에서는 죽어가는 시늉에 온갖 비럭질과 강도질(화폐개혁)을 일삼는 김정일의 얼굴은 과연 천태만상이다.
 
필자가 탈북하기 전에도 북한 당국은 학생들로부터 시작하여 전민에 인민군대 지원이라고 하는 고기(토끼, 돼지, 개 등 육축)생산과 생필품(목장갑, 치약, 칫솔, 비누, 수건 등) 지원을 강요하였고 심지어 2.16과 4.15일 (김정일, 김일성 생일)선물 지원물자로 세대 당 줄당콩 10킬로그램(아니면 현금으로)씩 바치라고 강요하였다. 

학교와 인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매일과 같이 무엇을 바치라고 하는 조직의 강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바칠 것이 없는 사람들은 점차 조직생활에서 이탈하려는 현상을 보이지만 그나마 ‘당의 유일사상체계의 10대 원칙’에 걸려 무보수나 강제 노역인 탄광과 건설장에 잡혀 갈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필자가 겪은 경험담을 적는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2003년, 어느 날 직장의 부문당 비서란 사람이 8.3(독립 채산액)을 걷으려 왔다.
 
그날따라 전날에 시장에서 벌어 온 국수 한사리(1킬로그램 정도)가 있었다. 부문당 비서는 국수도 괜찮다며 배낭에 넣더니 액수가 모자란다며 씨종으로 싹틔우는 감자종자를 바라보며 달라는 것이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들은 굶었다.)
 
앓는 남편이 갱도공사에 끌려갈까 두려워 떨리는 손으로 감자 한 바께쯔를 넣어 주었다.
 
다음날 직장의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너희 집에서 감자종자 주었지? 부문당 비서가 그걸 장마당에다 팔고 그 돈으로 술을 사 먹고 너부러져 난리가 났었다.”고 말한다.
 
며칠 후 또다시 백두산 건설지원액을 거둔다며 검정잠바에 짧은 머리를 한 깡패풍의 나부랭이를 앞세우고 부문당 비서가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필자는 부문당 비서에게 “인민들은 당을 어머니 당이라고 한다. 이것이 어머니 우리당의 지시인가? 당신이 당 비서가 맞느냐? 저번 감자 씨를 어디다 팔고 뭘 사 마셨느냐?”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영양실조로 핏기 없는 아이들을 굶기면서까지 그의 술 배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당 비서는 지원물자를 거둔다며 자기 이속을 챙긴 사실에 찔렸던지 남편이 ‘갱도공사에 갈 순번’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 후 남편은 고급담배 한 보루(10곽)를 사들고 부문당 비서를 찾아가 필자의 태도를 <반성>하며 손이 발이 되게 빌고서야 갱도공사에서 면제 되었다. 이것이 북한이다.
 
필자가 탈북 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의 하나였던 진저리나는 지원물자요, 군량미 원호요 하는 지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에 대한 저주를 쏟아내고 있을까?
 
지금 김정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위에서는 장사도 못하게 하면서 무얼 자꾸 내라는 게 많니?
-개별적인 농사도 못 짓게 하면서 내라면 우리는 뭘 먹고 살라는 거야?
-주는 것도 없이 밤낮 내라내라 하니 어떻게 살겠니?
-이건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내는 게 아니고 뭔가?
 
작년에 김정은이 군사위 대장으로 등극되며 예전의 농작물 반출이 일부 삭감 된다는 소식에 인민들의 환심을 사는 듯싶더니 군량미 호소를 하는걸 보면 김정일이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든 모양새이다.
 
김정일 독재만을 위해 존재하는 인민군, 하지만 간판이 인민군이고 무력을 김정일이 쥐고 있는 한 인민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라도 원호에 동참해야 한다.
 
통 강냉이 죽에 소금국을 먹는다며 수령 결사옹위를 부르짖는 혁명적 무장력 조선인민군!
인민들의 원성을 사가며 강제로 걷어 들이는 곡물에 의존해야 되는 조선인민군!
 
먹을 것, 입을 것이 보장되지 않아 허약자들로 군기가 흐려 질 수밖에 없는 군대가 바로 세상에 하나뿐인 김정일의 군대, 조선인민군이다. 
 

김정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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