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1일 전군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에서 “북한군은 어제 우리 군이 바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모호한 방식으로 도발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우리 군을 대놓고 정면 공격하기보다는 누구의 소행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교묘한 방식으로 무력도발을 하는 경향을 지적한 것이다.

 

수풀이 우거진 지역으로 침투해 목함지뢰를 심어놓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하던 북한군이 이번 포격도발 사건에서도 그 교묘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북한군은 지난 20일 오후 3시 53분께 14.5㎜ 고사포로 추정되는 화기를 경기도 연천군 중면 야산 쪽으로 1발 발사했다.

우리 군 대포병 레이더 탐지장비가 포탄 궤적을 포착했으나, 포탄 치고는 크기가 작아 야산에 떨어지기도 전에 궤적이 탐지망을 벗어났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탐지 장비에 잡힌 것이 포탄이 아니라 '허상'일 가능성을 염두하고, 직접 확인에 나섰다. 군이 확인 작업을 하는 동안 ‘성동격서’ 식으로 인근 DMZ에서는 오후 4시 12분께 군사분계선(MDL) 남쪽 700m 지점으로 포탄 3발이 떨어졌다. 76.2㎜ 평곡사포 발사로 추정되는 북한군의 2차 포격이었다.

우리 군은 DMZ에 있는 감시 장비에 포착된 포연과 소초(GP) 부대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북한군의 포격이라 판단했다.

이때가 오후 4시 37분이었다. 북한군의 1차 포격 이후 우리 군이 북한군의 무력 도발로 판단을 내리는 데 44분이 걸린 것이다.

포격의 정체를 확인한 우리 군은 오후 5시 4분께 MDL 북쪽 500m 지점으로 155㎜ 자주포 29발을 대응 사격했다.

북한군의 1차 포격 이후 우리 군의 대응 사격까지 1시간 11분이나 걸린 데 대해 군 관계자는 “애매모호한 도발이어서 (정체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안보전문가들도 북한군의 공격방식과 우리 군의 대응 절차를 고려하면, 우리 군의 이번 대응은 “절대 늦은 것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이번 포격 도발은 또한, 북한군이 북측 DMZ GP들 사이에서 화기를 발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우리 군이 '도발 원점'도 찾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었다.

북한은 지난 14일 지뢰도발 사건을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번 포격도발 사건 직후에는 “남측이 있지도 않은 구실로 ‘망동’을 부린다”며, 오히려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비난했다.

북한이 지뢰도발 사건을 남측의 자작극으로 몰아붙이자, SNS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글들이 올라와 남남갈등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부터 정면 대결을 피하고 ‘치고 빠지는 식’의 교묘한 방식으로 북한이 도발하고 있으며, 그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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