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은정 기자]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무급으로 인턴생활을 하던 뉴질랜드 출신 데이비드 하이드(22)는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텐트 노숙생활을 하며 버티다 끝내6개월만에 사직했다고 스위스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인 더 로컬지는 데이비드가 집값이 비싼 탓에 감히 방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레만호수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생활을 하며 지난 6개월간 인턴생활을 버텨오다 현재 상태로 인턴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그만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는데 일자리가 무급 인턴직 밖에 없었다며  다만, 인턴직 지원했을 때 자신의 경제적 사정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전에 다른 인턴직에 지원했을 때 재정적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 라고 답해 번번히 탈락한 경험이 있어서 유엔 인턴직을 지원할 때는 사실과 달리 `그렇다'고 대답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엔이 임금이나 교통비, 식대보조, 건강보험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캠핑용 버너와 매트리스가 깔린 조그만 파란색 텐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급 유엔 인턴직을 받아들인 자신에게 책임은 있지만 유엔의 무급 인턴제도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에 대한 보수를 촉구한 세계인권선언을 인용하면서 유엔이 앞으로 인턴직에 대해서도 모범을 보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그의 모친은 데이비드가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케냐에서 일하는 등 외국에 체류하는 동안 가끔 연락이 안 되기도 했다면서 재정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지만, 아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네바 인턴협회는 무급인턴에 대해 부유한 집안의 자녀만 무급 인턴을 할 수 있다며 유엔의 모든 인턴을 유급화시켜 달라고 요구해왔다. 

인턴협회는 유엔이 전 세계적으로 차별철폐, 다양성과 참여라는 가치를 추구, 전파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네바 유엔본부의 한 대변인은 유급인턴제를 도입하려면 193개 회원국의 결정이 선제되어야 하다면서, 제네바에 인턴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는 집들의 명단이 있고, 데이비드가 잘 찾아봤다면 잠자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와 여러 국제기구는 연간 160여 명의 인턴을 고용하고 있고, 지난 2013년에는 약 60%가량이 무급인턴이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