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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한 청년의 유쾌한 일상기①] 혈우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돌아온 짱구  |  webmaster@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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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3  15: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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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의 가볍고 발랄한 글을 매달 수회 연재한다. 그가 소개하는 일상의 소소한 감상을 통해 혈우병을 앓고 있는 우리 이웃의 삶과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모습, 우리와 조금 다른 특별한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리얼코멘터리]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 하루 중 예방요법의 타이밍은?


#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 인트로

나의 별난 취미 중에 한 가지는 아침 일찍 광화문에 나와 그늘진 곳을 찾아 앉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거다. 그래 바로 사람구경이다.

세상은 참 묘하다. 별별 사람이 다 있다. 광화문 한켠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잠깐 동안 수십 명의 여자들이 눈앞에 스쳐간다. 어떤 여자는 머리카락이 길고, 어떤 여자는 엉덩이가 짝짝이다. 가끔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가는 여자들... 음.... 그저 감사 할 따름이다. 어떤 여자는 코가 높고, 어떤 여자는 눈이 크다. 음.... 눈이 크면 예쁘다. (음하하핫....) 단화를 신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여자도 있고 못생긴 여자가 헌칠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기도 한다.

가끔 사람들이 많은 곳에 나와서 말 그대로 ‘사람 구경’을 하다가 집에 기어들어간다. 내 소개부터 한다면.... 음... 그래 난 혈우병을 가진 평범한 사내이다. 혈우병이라는 게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그저 그런 병이 있다. 희한한 거 같지만 뭐 그다지 희한하지 않다. 그저 필요할 때 주사만 맞으면 되는 거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그냥 그런 거다.

내가 남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딱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혈우병이 있다는 거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여자사람을 좋아한다는 거다(크크크). 아직 장가갈 나이는 안 된 거 같은데, 울 엄마님은 벌써부터 걱정하고 난리다. 요즘 결혼 적령기가 서른 중반이라고들 하는데 난 고작 서른 갓 넘었다. 고로 난 아직 결혼 하려면 멀었다. 이렇듯 그냥 평범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다.

내 외모는? ‘남아돌’ 엠파이어 레퍼 유승하고 조금 비슷한 듯하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 기준이다. 객관적 판단은 그저 머릿속에 상상으로 남겨 놓겠다. 여하간 그닥 빠지지 않는 외모... 그 수준이다. 직업은? 대학졸업하고 대기업가고 싶었지만 그게 맘처럼 되지 않았다. 그냥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백수에 가깝다. 혈우병을 가진 덕에 군대면제 받고는 남들보다 2년 정도 시간 벌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2년이라는 게 찰나처럼 지나가버렸다. 제길... 2년 동안 조금 더 공부를 했다면 더 똑똑해졌거나, 2년 동안 책을 읽었다면 수백권 더 읽었을 텐데.... 그저 술과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에서 만든 실시간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계를 평정한바 있던 진리의 PC게임)로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어른들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공부도 할 때 해야 하고 연애도 할 때 해야 한다. 늦어지면 되게 힘들어진다. 그 힘들다는 게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진다.

그래서! 내가 글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거다. 그냥 하라면 하라는 거, 선배가 하라면 하고, 부모가 하라면 하고, 여친이 하라면 하고... 아.. 이건 아닌 거 같고... 여하간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하라면, 그냥 묻거나 따지지 말고 해라. 그러면 손해 없다.

한 선배가 내 경험을 글로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을 때, “무슨 경험을 써요?”라고 했더니 “혈우병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걸 써봐”라고 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려지는 게 있었다. 바로 몸 관리였다. 어렸을 때, 혈우병을 가진 형들을 보면서 가끔 우울모드가 되곤 했다. “나도 크면 저렇게 되는 거 아냐?” 그렇게 우울해 하던 내게, 울 엄마님이 반면교사 삼 듯 “운동을 꾸준히 하면 저 형들보다 건강해진다”고 해서 그때부터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그랬다. 그랬더니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내가 혈우병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잘 가꿔진 거 같다. 혈우병 선배들은 관절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난 거의 티가 나지 않으니 관리 잘 한 셈이다.

#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 예방요법(prophylaxis)

예방요법이란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출혈이 없어도 일주일에 두 세번씩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라는 소리다. 내참~ 출혈 있을 때 주사 맞는 것도 귀찮고 힘든데 이제는 출혈 없는데도 그냥 맞으라고? 날카로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무색 액체가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 그 느낌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주사를 안 맞으면 더 큰 통증 때문에 잠도 못자고 며칠 끙끙 앓아누워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출혈이 나면 주사를 맞았다.

출혈이 된 후 주사를 맞는 걸 의료적으로 ‘보충요법(on-demand)’이라고들 한다. 이런 방법으로 10살 무렵 때까지 치료 받아왔던 거 같다. 그런데 예방요법이라는 말을 듣고는 울 엄마님께서 수시로 내 팔에 바늘을 꼽았다. 마치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를 앉혀놓고 엄포하며 주사해 주셨다. 돌이켜보면 그땐 몹시 싫었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고맙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

친구들아 후배들아 귀찮다고, 또는 약 아낀다고 주사 맞는 걸 게을리 하지마라. 48시간 또는 72시간 내에 정기적으로 주사하면서 자신을 보살펴라. 그러면 몸도 덜 나빠지고 오히려 약도 덜 낭비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충치를 방치하면 결국 발치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에 잘 관리하면 건강한 치아를 평생 갖게 된다. 이런 이치와 같다. 예방요법이 바로바로 ‘진리’이다. 하라면 해라. 남학생들한테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와이프가 달라진다’고 하면서 공부를 독려하기도 한다지만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예방요법 열심히 하면 나중에 미인을 얻는다(크크크)’고 말하고 싶다. 농담이 아니라 이게 바로 진리이다.

혈우병 후배들은 내 경험과 조언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식의 욕구가 감당치 못할 정도로 솟구쳐 오르는 후배들이 있다면,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덧붙여 보겠다. ‘세계혈우연맹’이라는 엄청 큰 혈우병단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태리 시실리아를 기반으로 한 마피아 단체보다 훨씬 크고 세계를 주무른다는 중국의 삼합회보다 더욱 단단히 뭉쳐있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 대해 코헴회를 통해서든지 아니면 혈우재단을 통해서든지 그 진리의 명성을 들어봤을 꺼다. 이곳에 보물처럼 아껴둔 혈우병의 바이블~! 즉 ‘혈우병치료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EMOPHILIA)’이 있다. 이거 제대로 공부해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꺼다. 국내 혈우병 치료의사 뿐 아니라 세계 혈우병치료 선생님들도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고 이 기준을 근거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바로 이곳에 예방요법에 대해 잘 나와 있다. 예방요법의 방법으로는 매일 주사하는 방법과 2-3일에 한 번씩 주사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주사를 맞고 있다. 금요일은 다음 월요일까지 텀이 조금 더 길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단위를 주사한다. 이렇게 꾸준하게 주사를 했더니 한 달에 한두 번 자연 출혈했던 것도 멈췄고, 출혈 통증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까맣게 잊고 살게 됐다. 책상위에 놓여있던 진통제는 유효기간이 넘어갔고, 빨빨거리며 여자 사람들을 구경하러 돌아다닐 수 있는 횟수도 늘어났다(크크크).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겠다. 여기 보면 예방요법 할 때, 하루 중 언제 주사를 맞는 게 좋을까라는 부분이 있다. 임상결과를 첨부하면서 ‘오전에 주사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아침 일찍 주사 맞고 여자사람 구경하러 광화문에 나오면 오랫동안 여러 여자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집에 들어 갈 때까지고 발걸음이 가볍다. 그런데 얼마 전엔 저녁에 예방요법하고는 이튿날 여자사람 구경하러 아침 일찍 나왔더니 점심 무렵부터 다리가 묵직해 지더니 걸음 속도가 느려진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알바 할 때도 그랬다. 아침에 주사하고 나오면 하루 종일 편안하지만 전날 밤 예방하고 나오면 점심 먹고 두 세시쯤 되면 그때부터 좀 개운치 않을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반감기( half-life)’ 때문인 거다.

약품에 따라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통 8인자 치료제의 경우 8시간 전후의 반감기를 갖고 있다. 즉 주사를 맞고 8시간이 지나면 체내에 약품 활성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거다. 이런 반감기를 계산해 보면 하루 중 오전에 주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1주일에 2-3번씩 주사하는 게 좋다고 되어 있다. 자... 하라면 하자! 예방요법!

자 지금부터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 바쁜 아침에 예방요법을 한다는 건 정말 엄두가 안 난다. 잠이 필요할 땐 “엄마 5분만 더 잘께”라고 했고, 맛있게 차려진 아침도 “앗! 지각이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수저조차 들지 못하고 나와야 나는 그 시간. 혈우병 약이 ‘파스’같은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로션’이라면 얼굴에 바르고나 나오지..... 그러나 이건 혈관 뚫는 작업이 필수적이라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리는 ‘예방요법’이라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혈우병환자들에게는 “잊지 말자 6.25” 보다 더 중요한 건 “잊지 말자 오전 예방요법”이다.

- 돌아온 짱구


※ 돌아온 짱구(필명)


저는 혈우병(혈우병A, 중증)을 가진 청년입니다. 혈우 후배와 친구들에게 치료 경험을 소개하여 건강한 혈우사회를 이룩하고자 매주1회 정도 기고하려고 합니다. 서술한 내용은 실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의료적인 부분은 혈우병 전문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별 특정 및 치료방법, 생각 등이 다를 수 있기에 의료자문은 자신의 치료병원에서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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